최승재 "현장·부처 통역사 역할 자신···'규제개혁 호민관' 되겠다"
대담=정영현 성장기업부장
산업·직종 등 특정 테마 주제로 '규제 더비' 열고 결과물 도출
中企 옥죄는 노동시간 규제·과도한 담보요구 관행 개선 앞장
거버넌스 개편 필수···옴부즈만 대통령실 직속기구 격상 추진
“산업·직종 등 특정 테마의 규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규제 더비(가칭)’를 열겠습니다. 바이오·인력·소상공인 등 특정 주제를 정한 뒤 관련된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하고 전투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논의만 하다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결과물까지 도출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겠습니다.”
6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만 집무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승재(57·사진)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0일 제6대 중소기업 옴부즈만으로 취임한 후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국무총리가 위촉하는 임기 3년의 독립기관이다. 소상공인과 기업 등이 불편한 규제 해소 등을 건의하면 이를 조사해 규제개혁위원회·국무회의·국회에 보고하거나 조사 및 의견 청취를 하며 처리 결과를 공표하는 의무와 권한을 갖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했던 최 옴부즈만은 “지난 4년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표로 정책적 약자들의 아픔과 애환을 대변하기 위해 온몸 바쳐 일해온 시간이었다”면서 “이제 중소기업 규제 개혁의 창구인 중소기업 옴부즈만 역할을 맡게 된 만큼 그동안 쌓아온 경륜을 다 바쳐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무엇보다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규제 개혁의 호민관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 옴부즈만은 자타 공인 소상공인 전문가다. 2014년 소상공인연합회 결성을 주도한 뒤 2020년 2월까지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지냈다. 2020년에는 업계 전문가로서 국회에 진출해 4년 동안 비례대표로 활약했다. 최 옴부즈만은 자신의 이러한 경험이 ‘현장 해결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옴부즈만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기업인·교수 출신이었던 전임자들과 다르게 오랜 기간 소상공인의 대변자이자 입법 당사자로 활동한 만큼 ‘현장 소통’과 ‘규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는 어느 자리보다 옴부즈만에 남다른 애착을 느낀다고 했다. 규제 해결이 얼마나 어려운지 정책 소비자로서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최 옴부즈만은 “과거 소상공인 권익 신장에 전념하던 시절 작은 규제를 하나 풀기 위해 공무원 한 명, 의원실 관계자 한 명을 만나기 어려워 차디찬 복도에서 좌절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그만큼 규제를 푸는 것은 쉽지 않고 규제 해소의 키를 쥐고 있는 공무원을 움직이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옴부즈만은 모든 정부 부처와 관계기관을 설득하고 협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누구보다 그런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고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라며 “현장과 정부 사이에서 통역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 옴부즈만이 다루는 규제 영역은 사실상 제한이 없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전기자전거를 운행 여건에 맞는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출시할 수 있도록 최대 모터 정격출력을 상향 조정하는 데 앞장섰다. 보청기 신제품 소분류 품목을 신설하고자 관련 고시를 개정하는 등 신제품 출시 규제 해소에도 기여했다.
지난해는 외국 인력 입국 예정일 확인과 관련된 불편 사항을 해결했다.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예정일을 확인할 수 없어 겪던 고충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를 설득해 고용부 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에 법무부의 비자 발급 정보를 연계하도록 했다. 아울러 △가교화폴리에틸렌 이음관 KS인증 심사 기준 마련 △목욕장업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기준 현실화 △청소년의 악의적 시설 이용 시 선량한 숙박업자 보호 등 일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 117건을 일괄 개선했다.
최 옴부즈만은 이러한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는 더 과감하고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규제 발굴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구체적으로 그가 지목한 것은 인력난 해소와 금융 규제 완화다. 그는 “인구구조와 노동시장 변화,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인력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엄격한 노동시간 규제는 중소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면서 “이를 개선하려면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거나 소규모 사업체를 위한 예외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많은 중소기업의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관련 비자, 고용 허가 등에 대한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도 시급하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 과도하게 담보를 요구하는 관행 등도 해결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최 옴부즈만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대출을 받을 때 높은 대출금리와 과도한 담보 요구는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보증을 강화하거나 금융 규제를 완화해 더 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관계부처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 옴부즈만이 이러한 각종 사회적 과제 해결에 앞장서려면 거버넌스 개편이 동반돼야 한다는 소신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옴부즈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하는 일을 적극 추진할 생각”이라며 “옴부즈만은 다른 부처와 공공기관을 설득하고 협의하는 일을 하는데 조직 목소리에 애당초 힘이 실리지 않는다면 역할을 제대로 못할 수밖에 없다. 규제 개혁에 힘이 실리고 옴부즈만 기관의 사회적 중요성에 걸맞게 정부 내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활동도 대폭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취임 후 살펴보니 옴부즈만의 대표 간담회인 ‘S.O.S. 토크(Talk)’를 비롯해 소상공인간담회·성장사다리포럼 등 다양하고 중요한 현장 활동이 많아 놀랐다. 기존에 해오던 간담회는 소상공인·중견기업 등을 추가로 참여시켜 더 내실 있게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바로 답변을 주지 않는 ‘듣는 간담회’도 수시로 열 방침이다. 정식 간담회라는 틀이 아니라도 현안이 있는 단체나 업계를 수시로 만난 뒤 이들의 건의에 대해 해결책을 이후에 피드백하는 업무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규제애로현장발굴단(가칭)’이라는 상시 조직도 신설할 계획이다.
규제 개혁에 힘이 실리려면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금 무용론 등을 제기하는 데 대해 반박을 한 것이다.
최 옴부즈만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생태계의 일원인데 생산성의 잣대를 지나치게 들이대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가령 대형마트에 가면 소비자는 편리하고 쾌적할 수 있지만 대형마트가 속한 지역사회에는 전혀 돈이 돌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국민의 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규제 개혁의 사회적 효과를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신뢰할 만한 통계를 정기적으로 선보이는 것도 고려 중이다. 과거 정부 설문조사에서 일반 국민과 기업 모두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점을 극복하기 위한 행보다.
최 옴부즈만은 “지난해만 해도 기업 현안 간담회 등을 67회 열고 3648건의 규제 애로를 발굴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조직이 스스로 먼저 ‘발가벗겨진다’는 각오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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