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특명 "빼빼로를 1조 브랜드로 육성"

유럽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
韓·日 본사 협력해 글로벌 공략
빼빼로 전세계 톱10 브랜드로
장남 신유열 실장 동행해 주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최근 길리안 초콜릿을 만드는 벨기에 신트니클라스 공장을 방문해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롯데

한일 롯데가 국경을 초월한 '원롯데' 전략을 본격화한다. 양사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2035년 빼빼로를 전 세계 톱10 브랜드로 육성한다. 한일 롯데는 신시장 개척과 물자 조달에 공동으로 나서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자리 잡는다는 목표다.

8일 롯데에 따르면 지난 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한일 롯데가 긴밀하게 협력해 세계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는 한일 양국의 롯데 식품사 경영진이 모여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다. 이번 회의에선 원롯데의 첫 번째 전략 상품인 빼빼로를 매출 1조원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는 방안을 여러모로 살폈다.

신 회장은 회의를 주재하는 것 외에 유럽 생산시설을 점검하며 한일 롯데의 시너지 효과 창출 방안을 검토했다. 벨기에 길리안과 폴란드 베델 등 롯데가 인수한 기업의 초콜릿 생산시설을 둘러봤으며, 영국에선 세계적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토머스 헤더윅과 디자인 전략을 논의했다. 이 출장엔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다마쓰카 겐이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등 한국과 일본 롯데 지주사와 식품사 경영진이 동행했다.

한일 롯데가 보다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 방법을 고민하는 건 외부 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면서 식품사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일례로 올해 코코아 가격이 급등하면서 롯데웰푸드는 가나초콜릿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인상했다. 한일 롯데는 물자를 공동으로 조달하고, 해외 시장 마케팅에 함께 나설 방침이다.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빼빼로는 한일 롯데 협동의 중심이 된다. 양국 롯데는 2035년까지 빼빼로를 '글로벌 톱10·아시아 넘버원' 브랜드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빼빼로를 매출 1조원의 메가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 베트남, 인도 등 기존 진출 국가에서 점유율을 더 높이고 잠재력이 높은 신규 국가를 공동 개척한다.

장기적으로 양사 대표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차원으로 분석한 후 글로벌 유통망을 효율화할 예정이며 신제품 출시에 앞서 한국과 일본에서 상호 협력해 시험대 역할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해외 매출 1조원이 넘는 다수 메가 브랜드 육성에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 달라"고 강조했다.

빼빼로는 현재 미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 50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외를 합쳐 약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약 540억원으로, 빼빼로데이 글로벌 통합 마케팅을 처음 시행한 2020년 대비 약 90%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빼빼로 수출액은 3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신장했으며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앞섰다. 빼빼로의 글로벌 브랜드화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롯데 인디아' 하리아나 공장에 약 330억원을 투자해 구축한 빼빼로의 첫 해외 생산기지도 가동될 예정이다.

신 회장을 비롯한 한일 롯데 경영진은 벨기에 길리안 공장과 폴란드 베델 공장을 번갈아 방문하며 생산 현장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할 방안도 의논했다. 롯데웰푸드는 2008년 세계 3대 초콜릿 브랜드인 길리안을 사들였으며, 일본 롯데는 2010년 폴란드 제과 회사인 베델을 품었다.

[박창영 기자 / 정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