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국장 "우크라 전쟁 초기, 러의 전술핵 사용 위험 실제 있었다"

"2022년 가을께 핵무기 사용 위험 실제로 있었어"
"러 대외정보국 국장 만나 핵무기 사용 위험 강조"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인 2022년 가을께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실제 사용하려 했던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파이낸셜타임스(FT) 행사에서 리처드 무어 영국 비밀정보국(MI6) 국장과의 대화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번스 국장은 "2022년 가을에 전술 핵무기 사용의 잠재적 위험이 실제로 있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었다"며 "우리 중 누구도 긴장이 확대되는 위험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우크라이나 북동부에서 군사적 움직임이 커졌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극단적인 수단을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며 "이에 외교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불필요하게 위축돼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푸틴 대통령은 괴롭힘 꾼이기에, 계속해서 칼을 휘두르며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술 핵무기는 전장에서 군사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핵무기를 말한다. 운반 수단의 사정이 길고 탄두의 위력이 큰 전략 핵무기와는 폭발 위력에 있어 차이가 있다.

특히 번스 국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2022년 11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을 만나 핵무기 사용 시 벌어질 결과와 확전 위험을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2년이 넘도록 전쟁에서 전술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란 신호를 꾸준히 보내왔다.

실제 지난 5월 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은 협박이나 허세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반격 목적으로 미국 무기를 사용하도록 허가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CNBC는 이 같은 암시가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 공세 이후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CNBC는 "러시아의 공식 핵 원칙은 본질적으로 방어적이며 억제의 원칙에 기초한다"며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를 침공한 이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은 크렘린이 핵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번스 국장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를 공격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 군대의 사기를 북돋웠고 결과적으로 크렘린을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세는 그들이 게임을 바꾸려는 대담하고 과감한 움직임"이라며 "푸틴의 러시아와 군대는 취약점 중 일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한편 번스 국장과 무어 국장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세는 "전쟁을 군인이 아닌 평범한 러시아 민간인에게 가져왔다"는 측면에서 러시아 엘리트들에게 전쟁의 목적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도 진단했다.

또 두 사람은 푸틴 대통령의 권력 장악이 약화됐다는 징후는 없다면서도 "권력을 단단하게 장악하는 것과 안정적으로 장악하는 것은 다르다"고 평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들은 현재 서방국들의 가장 큰 과제는 중국의 부상이라고 강조했다. 번스 국장은 CIA가 중국에 투자한 자금이 지난 3년 동안 3배나 늘어나 전체 기관 예산의 20%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두 번이나 중국을 방문해 회담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잠재적인 협상은 "90% 진행 중이고 마지막 10%가 항상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다음 며칠 안에 더 자세한 협상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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