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 응원·우렁찬 박수, 파리를 채운 ‘희망’ [봉주르 프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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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수영 남자 50m 배영(스포츠등급 S4) 예선전.
조기성(28)은 경기 후반 천천히 물 위를 부유했다.
파리패럴림픽에서는 어느 경기장에서나 환호성이 넘쳐났다.
트라이애슬론 경기 때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부근 도로가 사이클과 달리기로 상당 시간 통제됐는데, 수천명의 사람들이 길가에 서서 선수들이 지나칠 때마다 우렁찬 박수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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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수영 남자 50m 배영(스포츠등급 S4) 예선전. 조기성(28)은 경기 후반 천천히 물 위를 부유했다. 경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배영은 그의 주종목도 아니었다.
이후 조기성은 말했다. “이렇게 큰 메가 이벤트에서 눈에 더 많은 것들을 담아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오래 수영장에 머무르고자 했지요. 또 환호성이 좋지 않나요? 패럴림픽 세번째인데 도쿄(2021년) 때는 코로나19로 관중이 없었고, (3관왕을 했던) 리우(2016년) 때보다 이번에 더 큰 함성을 받았어요. 덕분에 좋은 기억을 갖고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성. 그랬다. 파리패럴림픽에서는 어느 경기장에서나 환호성이 넘쳐났다. 트라이애슬론 경기 때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부근 도로가 사이클과 달리기로 상당 시간 통제됐는데, 수천명의 사람들이 길가에 서서 선수들이 지나칠 때마다 우렁찬 박수를 쏟아냈다. 도로 통제로 가장 가까운 역을 포기하고 30여분을 더 걸어가야 했는데도 사람들은 불평 한 마디 없었다. 선천적·후천적 장애로 얻은 불편한 몸과 싸우는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응원해주려고 했다.
경기장 또한 축제 같았다. 경기장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장내 아나운서가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자원 봉사자들은 마루를 닦다가도 노래에 맞춰 춤을 췄고 장내 카메라는 관중석 곳곳을 비추면서 관중의 흥을 유도했다. 공간은 밝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경기 뒤 퇴장하는 선수들에게는 거듭 박수가 이어졌다.
남자 탁구(MS 8등급) 단식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디두크가 한 다리로 한 팔의 중국 선수와 풀 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자 장내 수천명 관중은 일제히 발을 굴렀고 디두크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이룬 그의 성과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었다. 디두크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감싸고 퇴장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지금껏 받지 못했던 우렁찬 박수는 눈물 버튼이 되었다.
제일 큰 함성이 쏟아진 곳은 조기성이 세 차례 물살을 가른 라데팡스 아레나였다. 최대 1만3000여명이 몰렸는데 관중은 1등보다 꼴찌에게 더 큰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10m를 남겨놓고 한 손으로 혹은 사지 없이 몸통과 허리 힘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며 완주를 응원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터치 패드를 찍을 때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선수들이 물 위에서 외롭지 않은 싸움을 이어갈 수 있던 이유다. 조기성이 조금 더 유영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올림픽 때도 그랬지만, 패럴림픽 때도 경기장에선 틈만 나면 샹송 ‘오 샹젤리제’가 울려 퍼졌다. 파리의 상징곡이기도 한 ‘오 샹젤리제’에는 “샹젤리제 거리는, 맑거나 비가 오거나 낮이든 밤이든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가사가 녹아 있다. 패럴림픽 개막식 때 각국 선수들이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콩코르드 광장으로 입성한 것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
8월28일부터 9월8일까지 12일 동안 파리에는 육체적·정신적 결핍에도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희망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희망을 주는 이도, 희망을 얻는 이도 ‘사람’이었다. 파리는 그래서 ‘희망의 도시’였다.
파리/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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