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의대 수시 접수인데…더 강경해진 의협 "내년·내후년 증원도 안 돼"

박미주 기자 2024. 9. 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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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의협 "2027년부터 논의 가능…여야정이 단일안 내놔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국회 청문회 등 현안 관련 의협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뉴스1

8일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하루 앞뒀지만 의사단체는 내년은 물론 내후년 의대 증원까지 모두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응급의료체계 붕괴 위기감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지만 백지화 관련 단일안을 여야정이 먼저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7개월째 사직 중인 전공의들도 수련병원 복귀는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라 의료공백 사태는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치권, 의료계 등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료공백 해소 방안 논의를 위해 지난 6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대통령실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6일 취재진에게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며 "의료계가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협의체 구성의 관건은 의사단체인데, 대표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내년은 물론 내후년까지 의대 증원을 백지화해야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날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2025년, 2026년 의과대학 증원을 백지화하지 않으면 논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의대 증원을) 제대로 논의해서 아무리 빨리 적용해야 2027년부터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2025년 의대 증원은 처음부터 안 되는 건데 정부가 올해 입시에 적용될 걸 아무 준비, 근거 없이 원래 정원의 65%를 일방적으로 증원한 거 자체가 문제"라며 "이거를 철회하지 않으면, 전공의랑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기존 (학생) 3000명 포함 7500명(2025년 신입생과 2024년 입학생)을 내년에 가르칠 방법이 없다. 수 천명이 또 휴학을 한다. 그러면 2026년은 원래 정원인 3000명도 뽑기가 어렵다.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의대 증원을) 중단하고 의료대란사태 회복을 먼저 해야 한다"며 "이래서는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당장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여야정이 협의해서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료대란 사태를 정상화하고 이 사태를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며 "의사 수는 20년 후 영향까지 살펴야 하고 급속도로 인구도 줄고 있고 AI(인공지능)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료환경도 바뀌고 있다. 거기에 기피과 진료문제 지역 국민 소멸문제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추계해야 한다. 그래서 원래 올해 열심히 논의해서 2027년 걸(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당초 의협은 내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했으나 이날 내후년 의대 증원까지 백지화하자며 기존보다 더 강경하게 태도를 전환했다. 앞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 "2025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도대체 무엇입니까?"라며 "의협은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할 여야정의 합리적인 단일안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의사단체들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의사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은 이번 사태의 원인인 2025년도 의대 증원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본질을 왜곡한 꼼수 주장"이라며 "진정성이 있다면 의료 파탄을 초래한 증원의 즉각적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대화에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막말·실언을 일삼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 장상윤 사회수석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의사회도 같은 날 입장문에서 "무엇보다 2025년 입학 정원 재검토가 없는 협의체는 무의미하다"며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2020년 9·4 의정 합의 위반에 대해 복지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장환 전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솔직한 어투로 사과해달라.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도 해결책을 만들어 낸 돌파구는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였다"면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사직 전공의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사직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 강좌'를 듣고 있다. /사진= 뉴시스

상당수 전공의들은 여전히 수련병원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한 사직 전공의는 "변화가 없다면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많은 사직 전공의들은 수련병원 복귀 대신 의협에서 마련한 근골격계 초음파 강좌를 들으며 일반의로서 취업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는 이미 내년 의대 정원은 대학별 입학 인원이 확정됐고 수시모집도 진행 예정이라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에 따르면 전국 의대 39곳 등 일반대 190여곳은 예정대로 오는 9일부터 2025학년도 대학입학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그러는 새 의료공백 악화는 진행 중이다. 지난 6일 기준 409개소 응급실 중 4개소가 일부 시간 제한 운영하고 있다.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개소 중 27종의 중증응급질환별 진료 가능 기관은 평시(2월1주) 109개에서 지난 5일 88개로 21개(19%) 감소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배후진료 문제를 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진료 가능 기관수 외에도 다각적 지표를 모니터링하면서 배후진료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대안을 모색·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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