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눈물' 패럴림픽 마친 한국 선수단...금메달 6개로 '목표 초과 달성'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이 약 2주간의 숨 가쁜 메달 여정을 마무리했다. 대회 첫 날부터 승전보를 전했던 선수단은 폐막식 전날까지 금메달 소식을 알리며 활짝 웃었다.
한국 선수단은 7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금메달 6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4개 등 총 30개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순위 20위에 올랐다.
사격 조정두(BDH파라스)의 금빛 총성으로 시작된 한국 선수단의 금메달 레이스는 이날 탁구 김영건(광주광역시청)의 금빛 스매시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당초 목표로 했던 금메달 5개를 넘어 '목표 초과 달성'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환하게 빛났던 순간들
이번 대회에선 유독 빛나는 순간이 많았다. 보치아 10연패가 대표적이다. 한국 보치아 대표팀은 에이스 정호원(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의 활약에 힘입어 1988 서울 대회 이후 10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정호원은 자신과 함께 개인전 결승에 진출한 정성준(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 정소영(충청남도장애인보치아연맹)이 모두 은메달에 그친 가운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정말 힘들었는데 금메달을 따 후련하다"며 활짝 웃었다.
사격 박진호(강릉시청)는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2관왕에 올랐다. 그는 2번째 금메달을 딴 3일 사격 R7 남자 50m 소총 3자세(SH1 등급)에서 본선에 이어 결선에서도 패럴림픽 신기록을 수립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박진호는 "패럴림픽 2관왕은 처음이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예상치 못한 메달이 준 뜻밖의 환희
모두의 예상을 뒤집는 뜻밖의 메달도 쏟아졌다. 사격 이윤리(완도군청), 탁구 김기태(서울시청), 펜싱 권효경(홍성군청)이 그 주인공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번 대회 예상 성적을 공개하면서 26명의 선수를 메달 '유력' '유망' '가능' 등으로 분류했는데, 세 선수 모두 해당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윤리는 무려 대회 첫 날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을 쐈다. 이윤리는 여자 10m 공기 소총 입사(SH1 등급) 결선에서 23번째발까지 선두를 지키다 24번째 마지막 발에서 다리 강직 여파로 6.8점을 쏴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그는 "내심 '은메달이어도 만족스러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목표를 이룬 셈"이라며 "행복하다"고 밝혔다.
김기태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금빛 스매시를 날리며 이번 대회 탁구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직전까지 탁구는 주요 후보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며 노골드의 아쉬움을 삼키고 있었던 탓에 김기태의 금메달은 더욱 빛이 났다.
펜싱 여자 에페A 개인전에 나선 권효경은 1988 서울 대회 이후 오랜 침체기를 겪던 한국 펜싱에 단비 같은 은메달을 선사했다. 한국 패럴림픽 펜싱 역사상 36년 만의 최고 성적이다. 메달을 딴 것도 1996 애틀란타 대회(동메달) 이후 28년 만이다.
뜨거운 눈물 속 가능성 보여준 선수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대인 17개 종목에 총 83명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누군가는 환희의 순간을 맞이했지만, 누군가는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그들은 뜨거운 눈물 속 가능성을 내비치며 '다음'을 기약했다.
'노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한 한국 선수단 막내 서민규(보치아·안산시장애인체육회)도 끝내 눈물을 쏟았지만, 올해 19세에 불과한 그에게 이번 대회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의 경기력을 감안할 때 2028 로스앤젤레스(LA) 대회는 물론, 그 이후까지도 내다볼만 하다는 게 동료들의 평가다.
한국 선수 사상 처음으로 패럴림픽 카누에 출전한 최용범(도원이엔씨)도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첫 대회에서 결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스스로도 "조금만 더 하면 메달권 선수들과도 충분히 겨뤄볼 만 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4년 뒤 금메달을 기약했다.
'장애인 귀화 1호' 패럴림피언 원유민은 한국 선수 사상 두 번째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위원에 당선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2008 베이징 대회 때 신설된 IPC 선수위원은 선수를 대표해 세계 장애인 체육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목소리를 내는 자리다.
파리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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