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러 탄도미사일 이전’에 속타는 우크라···꼬여 가는 ‘두 개의 전쟁’
이란이 서방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러시아에 수백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CNN 등 복수의 미국 언론은 미국과 유럽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지난달 러시아군 관계자 수십 명이 이란에서 위성 유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파타흐-360’의 사용법을 훈련받고 있으며 곧 미사일 수백기가 러시아로 선적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선적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수천 대의 샤헤드 자폭 무인기(드론)를 제공하는 등 군사 협력을 강화해 왔다. 다만 이제껏 이란제 탄도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된 적은 없었다.
앞서 러시아는 무기 확보를 위해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탄도미사일을 인도 받아 사용했지만, 우크라이나 검찰에 따르면 이중 절반 가량이 고장을 일으켜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주유엔 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서방 언론의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북한에 이어 이란 역시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보낸 것이 사실이라면, 가뜩이나 방공망과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란제 미사일 중 가장 사거리가 짧은 탄도미사일도 러시아 국경과 불과 30㎞ 떨어져 있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를 타격할 수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란이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파타흐-360과 아바빌 탄도미사일의 사장거리는 각각 120㎞, 86㎞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소모전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포탄 부족을 겪어 왔고, 지난달 우크아나군이 러시아 영토를 기습 공격한 이후에는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세에 시달리며 우크라이나군의 방공망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7일 성명을 내고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제공한다면 “양국 관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추가 제재를 부여하겠다고 일찌감치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서방이 이런 제재 경고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란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전쟁에도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11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중동지역 ‘확전의 키’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란은 지난 7월31일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자국 수도인 테헤란에서 암살되자,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을 예고해 왔다. 그러나 가자지구 휴전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현재까지 보복 공격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가자지구 전쟁을 어떻게든 끝내고자 휴전 협상을 압박해온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그간 확전을 막기 위해 이란을 자제시키고자 전방위적 외교전을 펼쳐 왔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이 추가적으로 이란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단행한다면, 이란이 미뤄왔던 대이스라엘 보복을 실행할 수 있으며 미국이 공을 들여온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서방 당국자들은 자칫 추가 제재가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이란 내 유일한 온건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입지를 대폭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고위 관리는 NYT에 “미국에서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고 바이든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진 상황에서 미국이 얼마나 강경한 대응에 나설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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