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대선 경쟁 후보, 스페인으로 망명···야권 인사 신변 위협하는 베네수
보복으로 대사관 압박 수위 높인 듯
부정 선거 의혹을 받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자국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숨은 야권 인사를 잡아들이기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마두로 정부는 브라질 정부의 자국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관 관리권을 박탈하며 외교적 마찰을 빚었다. 야권 대표로 대선에 나왔던 정치 지도자는 스페인으로 급하게 망명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반정부 인사들이 아르헨티나 대사관 내에서 마두로 대통령과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계획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브라질 당국의 아르헨티나 대사관 관리 효력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주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대사관에는 야권 인사 6명이 길게는 6개월간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전 선거대책위원장인 마갈리 메다는 지난 3월 정치적 폭력 조장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이곳에 은신해 있다.
앞서 베네수엘라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7월28일 실시한 대선에 대해 ‘개표 불공정성’을 제기하자 자국 주재 아르헨티나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대사관 관리권을 브라질에 임시 위임했고, 대사관 건물과 내부 기록물, 베네수엘라 정치인 등에 대한 보호권 등을 브라질 당국이 관리하게 됐다.
이날 아르헨티나 대사관에는 베네수엘라 정부 요원도 출동했다. 마차도의 소속 정당인 야당 벤테 베네수엘라는 엑스(옛 트위터)에 “밤새 정부 요원들이 아르헨티나 대사관 주변에 속속 도착했다”며 관련 동영상을 올렸다. 벤테 베네수엘라 소속 정치인 오마르 곤살레스 모레노는 ‘SEBIN’(세빈·베네수엘라 정보기관)이라고 적힌 차량이 대사관 주변에 주차된 사진을 엑스에 공개했다.
AP통신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을 처벌해야 한다고 아르헨티나 측이 발언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대사관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했다. 전날 디아나 몬디노 아르헨티나 외교부 장관은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와 관련한 불공정성을 반인도적 범죄와 연결 지으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했다.
베네수엘라가 아르헨티나 대사관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외교 갈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이날 “대사 관저를 습격하고 망명 신청자를 납치하려는 (베네수엘라의) 시도는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을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마두로 정부의 ‘우방’으로 분류돼온 브라질 정부 역시 대사관 관리권 박탈을 “깜짝 통보” 받았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브라질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비엔나 협약’에 따라 다른 나라가 주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대사관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자신들이 이곳 대사관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1961년 체결된 다자간 외교조약인 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대사관이 있는 접수국 측은 공관장의 동의 없이 대사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대선에서 민주야권연합(PUD) 후보로 나선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는 스페인 망명을 택했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이날 “카라카스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에서 며칠간 자발적 난민으로 지내던 야당 당원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조국을 떠나 그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조국의 평온함과 평화를 위해” 출국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도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자신이 요청한 대로” 스페인 공군기로 스페인으로 날아왔다고 엑스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스페인 정부는 모든 베네수엘라인의 정치적 권리와 신체 보전을 약속한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409041059001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409030756001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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