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생활가전 수장 AI 주도권 격돌…"업계 판 바꾼다"[IFA 2024]

김정남 2024. 9. 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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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찾은 삼성 한종희·LG 류재철 기자간담회
한종희 "AI 가전, 소비자 니즈 대비 아직 부족"
"끝없는 AI…음성인식·보안 등 강화해 경쟁력↑"
류재철 "어떤 AI 가전이든 결국 연결될 수밖에"
허브 'LG 씽큐 온' 강조…구형가전도 AI홈 통합

[베를린(독일)=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생활가전의 틀을 바꿀 겁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AI가 고객과 공간을 이해하고 서비스를 연결하는 AI홈 시대를 열 겁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삼성과 LG의 생활가전 사업을 이끄는 두 수장이 AI 가전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서다. 올해를 기점으로 AI 가전 시대를 개척해 주도하겠다는 복안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全가전에 터치스크린 탑재”

한종희 부회장은 7일(현지시간) 연 기자간담회에서 AI 가전으로 아직 소비자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한 부회장은 “AI 가전의 소비자 니즈가 100이라고 가정하면, 우리 제품은 아직 30 정도의 수준”이라며 “음성인식과 보안을 더 강화하면 60~70 수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곧 끝없는 AI 세계에서 가전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삼성전자만의 일이 아니다. 대다수 가전 업체들이 AI 기능을 넣었다고 소개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AI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이용해 소비자들은 편의성을 높인 것이지 아직 AI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적극 나서겠다는 게 한 부회장의 설명이다. AI 가전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지속적으로 늘려 다양한 명령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대표적인 사용 시나리오는 8개 정도인데, 구상하는 시나리오는 60개가 넘는다”며 “시나리오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모든 삼성 가전제품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하겠다는 전략도 ‘진정한’ AI 가전으로 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한 부회장은 “스마트폰 등 많은 분야에 ‘스마트’가 붙지만 생활가전만 스마트를 달지 못했다”며 “터치스크린을 탑재하겠다는 건 모든 걸 다 제어할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를 통해 생활가전의 틀을 바꾸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한 부회장은 이와 함께 이번 독일 출장을 새로운 폼팩터(제품 외형 규격)를 고민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생활가전은 100년, 200년도 넘은 기술”이라며 “가전에 변화를 주기 위한 신기술을 찾아 제품화하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 대표이사로서 인수합병(M&A) ‘빅딜’ 준비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알리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한 부회장은 “기존 사업을 더 강화하거나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M&A를 준비하고 있는데,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여러 변수들이 존재해 쉽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M&A는 필수적이고 지속적으로 큰 건을 계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이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류재철 “AI 가전은 결국 연결될 것”

LG전자는 AI 가전의 연결성에 방점을 찍었다. 류재철 사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전이면 어떤 제품이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올해 IFA에서 전면에 내세운 AI홈의 핵심 허브인 LG 씽큐 온을 강조했다.

LG 씽큐 온은 자사의 AI 에이전트 ‘퓨론(FURON)’을 탑재했는데,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에 다양한 거대언어모델(LLM)을 결합해 LG AI홈의 ‘두뇌’ 역할을 한다. 지금은 오픈AI의 챗GPT-4o(옴니)를 적용했으나, 향후 LG 엑사원 등 LLM과 결합할 수 있다. LG전자는 LG 씽큐 온을 통해 모든 가전을 연결하고 명령의 문맥을 파악해 사용자 일상을 밀착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기존 구형 가전 역시 AI홈 생태계에 통합할 계획이다. 씽큐 온에 연결하는 센서만 구입하면 신형 AI 가전을 구매하지 않아도 AI 가전처럼 쓸 수 있다. 함께 참석한 정기현 LG전자 플랫폼사업센터장 부사장은 “한 번 AI홈을 경험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LG전자는 생태계 확장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5만여종의 가전·IoT 기기를 연결하는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을 인수한 데 이어 AI홈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했다. API는 개발자들이 서로의 프로그램이 호환되도록 합의한 원칙이다. 이를 공개해 많은 개발자들이 AI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도록 한 것이다. 류 사장은 “씽큐 온의 특징 중 하나는 개방형 운영체제(OS) 기반 시스템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LG전자는 LG 씽큐 온 기기 외에 이동형 AI홈 허브(코드명 Q9)까지 준비 중이다. Q9은 음성·음향·이미지 인식을 접목한 멀티모달(Multi Modal) 센싱 능력을 갖추고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고객을 케어한다. 정식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울러 씽큐 온과 연결하면 활용도가 높은 △모션·조도 센서 △공기질센서 △온도·습도센서 △도어센서 △스마트버튼 △스마트조명 스위치 △스마트플러그 △보이스컨트롤러 등 IoT 기기 8종을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류 사장은 “경쟁사와 중국 업체 등이 스마트홈 영향력을 키우려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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