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기후소송 판결과 '기후테크'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대응 상황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4건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가 2030년과 2050년의 감축목표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 사이 시점에 대하여 어떠한 형태로도 정량적 수준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청구인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한편으로는 2030년까지 감축 목표에 대해서는 기본권 침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헌재 판단은 아시아 최초의 이른바 '기후소송' 판결이고 일부 위헌성이 인정되었으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현실성이 없고 탄소중립법에 정한 바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헌재가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기본권 침해가 없다고 본 부분을 비판한다. 논의 방향은 다양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이 대한민국의 현재 그리고 미래세대의 기본권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은 같다.
탄소중립법 시행 후 정부의 국가 감축목표가 수립되고, 이에 상응해 지자체들도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헌재 판결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각 지자체의 목표가 과연 실현가능한가, 달성되지 못할 것이 분명한 수치에 목표라는 이름을 붙여 결국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게 될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현실은 후자에 무게를 더한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재생에너지 생산이 증가하지 않았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2년 기준 7%가량인데, 정부가 세운 계획에 의하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를 넘어야한다. 이 차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 비전과 실행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보가 가장 어려운 나라로 지목됐다.
목표와 현실의 큰 간격이 불러온 고민은 결국 '기후테크'에 거는 기대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테크란 기후변화대응 기술, 즉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기술과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기후테크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마저 느껴진다.
경기도는 지난 7월 기후테크 스타트업 오디션에 이어 지난달 기후테크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유망 기후테크 기업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선정된 기업에 내부 논의를 거쳐 경기도에 납품할 기회를 부여하고, 나아가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달 소풍벤처스는 '성장하는 기후테크, 지역이 주목받는 이유'라는 주제로 제주, 울산, 전북 등 지자체 담당자들을 초청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정책과 지역의 기후테크 기업 육성 비전과 전략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여러 기관, 학회 등이 기후테크 생태계 조성과 기후테크 기업 육성을 논의하고 있고 공정위 등 정부기관도 기후테크 기업을 위한 규제개선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기후테크에 대한 관심은 반갑고 긍정적인 신호다. 임팩트 투자회사들도 에너지, 순환경제, 농식품분야를 중심으로 기후테크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고, 기타 투자회사들도 스마트필름(PLDC), 대체육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인프라를 보완하며 육성환경을 조성하고 있지만 지역과 발 맞출 기업을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테크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효용이 크지만, 개발비용이 크고 민간 차원에서 기술 실증이 쉽지 않다. 초기 투자비용이 커 단기간에 성장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기후테크에 대한 관심이 순간의 열기에 그치지 않고 회의론에 자리를 내주며 후퇴하지 않는 한편,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가능하기를 바란다.
이영주 법무법인 원 변호사 yjlee2@onelaw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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