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동상이몽 속 의료계 참여가 관건
의료계는 2025년 증원도 반대 입장
의대 증원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가 오는 9일부터 본격화된다. 의료대란 우려 속 갈등으로 치달았던 여당과 대통령실이 협의체 구성을 두고 한목소리를 내면서 급물살을 탔다. 추석을 앞두고 여론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정부가 이미 마무리됐다고 선언한 2025학년도 증원까지 유예하자는 조건을 내건 의료계를 어떻게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느냐다. 더불어민주당도 의료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여당의 조치를 요구하는 상황이라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상훈 국민의힘·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휴일인 8일 전화 통화를 갖고 협의체 구성을 논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두 사람의 논의를 바탕으로 9일 회동을 갖고 협의체 구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당내에서는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협의 중”이라며 “민주당과도 우선 협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여·야·의·정 각 주체별로 3~4명씩이 참여하는 것이 유력하다. 4명씩 참여하면 총 16인 규모의 협의체가 되는 셈이다. 여야 각 정당에서는 의료분야에 전문성이 있거나 소관 상임위에 속한 의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도 협의체에 참여하지만 조율 역할만 맡을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와의 논의도 병행한다.
협의체 구성은 의료대란 위기감 속 당·정이 의기투합하면서 논의의 물꼬를 트게 됐다. 지난달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중재안을 한 차례 거절당했던 한 대표는 지난 5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만나 중재안과 공론화 과정을 재차 설명했다. 한 대표는 지난 6일에는 한국교회총연합 예방 직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필수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운영하자는 제안을 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같은날 “긍정적”이라며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민주당도 협의체 구성에는 이견이 없다. 협의체 구성을 먼저 꺼낸 것도 민주당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협의체 구성에 국민의힘이 동의한 점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의료계의 참여 여부다.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반면 정부는 전날 국무조정실 설명자료를 통해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재논의할 수 있다”며 2025년 의대 정원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2025년도 정원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협의체는 출범도 못하고 좌초될 수 있는 상황이다. 협의체 구성 문제를 두고 여야 간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의료계와의 논의는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양쪽의 입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를 설득해야 할 국회, 특히 정부 설득의 키를 쥔 여당의 중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 대표는 지난달 2025년 의대 증원 유지를 전제로 2026년 의대 증원을 유예하자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당정이 이 입장을 고수하고 의료계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의·정 갈등의 고착 국면을 타개하기는 여의치 않다.
여당 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숙제다.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025년) 증원은 1년 유예하고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어 2026년 증원규모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정하자”며 “(2025년 유예 없는) 2026년 정원 논의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윤상현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5년 정원은 이미 끝난 문제다. 9일부터 수시 신청이 들어간다”며 의료계가 2026년 정원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책임자 문책으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올해 정원 문제도 의제에 포함시키자는 입장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일이야말로 의료대란 해결의 출발점”이라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을 요구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이 지난 6일 “2025년도 정원 규모도 논의에서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의료계를 협의체로 불러들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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