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항복한 우크라군 또 총살···“전쟁 범죄, 최소 28건 조사”

김희진 기자 2024. 9. 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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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우크라이나군 살해 장면 담은 드론 영상 공개
우크라이나 “ICC가 집단 학살 혐의 적용해야” 주장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참호 밖에 나와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린 채 무릎을 꿇고 항복 의사를 밝히고 있다. CNN은 러시아군이 이들을 처형했다고 전했다. CNN 방송 갈무리.

러시아군이 항복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총으로 살해하는 모습을 포착한 영상이 공개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전쟁 포로를 ‘즉결 처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심각한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선 이처럼 러시아군의 무자비한 행태가 횡행하는 가운데, 전역에선 러시아군의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무릎 꿇고 두 손 들었는데 ‘탕’…CNN, 드론 포착 영상 공개

CNN은 지난 6일(현지시간) 8월 말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포크로우스크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러시아군에게 참호를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총으로 살해당하는 모습을 담은 드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우크라이나군 3명은 참호 밖으로 나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무릎을 꿇어 항복 의사를 밝혔지만, 곧 바닥에 쓰러져 숨진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CNN에 “이는 명백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 처형 방식에 해당한다”며 “올해 들어 이런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항복한 우크라이나군을 살해하는 모습이 대중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3일 최전선 토레츠크에서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지하실 밖으로 나오는 우크라이나군 3명을 러시아군이 총으로 쏴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군인 3명을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한 장면. CNN 방송 갈무리.

CNN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 소식통으로부터 지난해 11월 이후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군 즉결 처형 사례 목록 15건을 받았다고 전했다. 드론 촬영 영상 또는 무선 감청을 통해 증거가 확보된 이 사례들은 모두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항복한 우크라이나군을 전쟁 포로로 데려가지 않고 곧바로 살해한 상황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발생한 우크라이나군 즉결 처형 사건 최소 28건을 조사 중이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 73명을 살해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CNN에 “전쟁 포로가 항복 의사를 밝히고 손에 무기를 들지 않았는데도 즉결 처형하는 것은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체포 영장을 발부한 데서 나아가 집단 학살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스틴 검찰총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여러 전선에서 포착된 즉결 처형이 (크렘린궁 지시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더 광범위한 집단 학살의 일부일 수 있다”고 했다.

밤새 대규모 드론 공격당한 우크라…미·영 정보수장 “지원 계속해야”
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하는 동안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무인기(드론)을 공중에서 요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진격을 이어가면서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대규모 드론 공격을 퍼붓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7일 러시아가 하룻밤 사이 총 67대의 자폭형 샤헤드 드론을 발사했고, 이 중 58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 11개 지역에선 방공 부대가 긴급 출동했다.

수도 키이우 의회 건물 옆에서도 드론 파편이 발견됐다. 키이우 군사령관 세르히 포프코는 “키이우에 대한 대규모 드론 공격”이 벌어졌다며 “의회 건물 위로 드론 한 대가 격추됐다”고 밝혔다. 공습경보가 8시간 이상 이어졌으나 드론 공격에 따른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의 미사일이나 드론이 이처럼 키이우 중심부까지 깊숙이 도달한 일은 드물다”고 전했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의 세인츠 베드로와 폴 개리슨 교회에서 열린 영결식에 지난 4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숨진 한 가족 4명의 관 주변에 추모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 가족 중에선 아버지만 살아남았다. AFP연합뉴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3일 러시아의 공습으로 5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중부 폴타바의 장례식에 참석해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견뎌낼 수 있는 지하 시설을 만들고 국내 무기 생산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은 매일 밤낮 러시아 공격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연일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 해제를 서방 국가에 촉구하고 있다.

한편 미국 중앙정보국(CIA) 윌리엄 번스 국장과 영국 비밀정보국(SIS·MI6) 리처드 무어 국장은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는 공동 기고문을 냈다. 이들은 “(CIA와 SIS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략전쟁에 맞서는 데 일치단결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그대로 계속해 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정보기관 수장이 함께 기고문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 등은 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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