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도 쇳물 뿌리는 ‘드래곤 드론’…우크라이나, 전장 투입

알루미늄 가루, 산화철 녹인 혼합물

Khorne 그룹 텔레그램 영상 갈무리

울창한 숲 위로 붉은 쇳물이 선을 그리며 뿌려진다. 마치 하늘 위를 나는 용이 뿜는 불꽃과 같아 ‘드래곤 드론’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다.

7일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텔레그램에 게시한 동영상을 보면, 나무 위로 드론이 붉은 색 불꽃을 뿌리며 낮게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시엔엔(CNN)은 드론이 뿜는 불꽃이 실제로는 금속을 녹인 쇳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쇳물은 알루미늄 가루와 산화철을 녹인 혼합물로 ‘테르밋’이라는 화공품이다. 폭발성 물질은 아니지만 좁은 지역에서 고온을 발생시켜 철도 선로를 용접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섭씨 기준 2200도(화씨 기준 4000도)까지 뜨거워진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러시아 군대가 숲에 숨긴 군수 용품과 러시아군을 공격하기 위한 공격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60기계화여단이 소셜미디어에 “복수의 날개이며 하늘에서 직접 불을 가져온다. 다른 어떤 무기도 달성할 수 없는 정확도로 적의 진지를 불태웠다”라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또 “우리의 비다르가 활동하면, 러시아 여성들은 절대 잠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비다르는 북유럽 복수의 신이다.

니콜라스 드러먼드 전직 영국 육군 장교이자 방위산업 분석가는 드래곤 드론을 “매우 혁신적이며 매우 불쾌한 물건”이라고 가리키며 “물리적 타격보다 심리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테르밋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건 새로운 주류 무기라기보다 간혹 활용될 것”이라고 시엔엔에 말했다.

폭약 등 화공품을 통한 공격은 여러 전쟁에서 활용되어왔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또 베트남전에서 같은 화공품의 일종인 네이팜탄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미국 육군은 1960년대부터 2014년까지 이 무기를 생산한 뒤 2023년 다시 생산을 재개했다.

국제법에서 테르밋 공격은 금지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있다. 지난해 11월 휴먼라이츠워치는 테르밋과 같은 인화성 무기로 심각한 화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적으로는 만성적인 극심한 통증과 흉터, 운동 기능 상실, 뇌 손상, 불안과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평생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