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퍼레이드의 그림자 [유레카]

유강문 기자 2024. 9. 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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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0월1일 '국군의 날'에 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워싱턴에서도 그런 축제를 보고 싶어진 트럼프 대통령은 재향군인의 날이자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기인 2018년 11월11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 계획을 짰다.

행사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점도 군사 퍼레이드를 기피하게 했다.

그날 워싱턴에서는 전략폭격기와 스텔스기가 동원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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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0월1일 ‘국군의 날’에 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많은 병력과 무기를 동원한 행사가 서울 복판에서 2년 연속 펼쳐지는 건 전두환 군사정권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도 이례적이라는 걸 의식했는지 ‘변명 같은 설명’을 내놓았다. “시가행진을 권위주의 국가에서만 한다는 것은 오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3개국이 하고 있고, 프랑스는 매년 실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 축제 개념으로 보면 좋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군에 대한 문민 지배가 확고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군사 퍼레이드를 하긴 한다. 독립일이나 전승일을 기념하거나, 전몰자를 추모하기 위해 역사적 마디를 잡아 군사 퍼레이드를 곁들인다. 군사력을 과시하는 게 아니어서 대체로 소박한 편인데, 프랑스가 유별나다. 프랑스는 1880년부터 혁명기념일인 7월14일, 이른바 ‘바스티유 데이’에 파리에서 거창한 군사 퍼레이드를 펼친다. 혁명 정신을 기리고, 유럽의 단합을 다지는 축제 같은 행사여서 외국 정상과 군대를 초청하기도 한다.

프랑스식 군사 퍼레이드는 2017년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매혹시켰다. 워싱턴에서도 그런 축제를 보고 싶어진 트럼프 대통령은 재향군인의 날이자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기인 2018년 11월11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 계획을 짰다. 하지만 독재국가를 연상시키는 행사에 예산을 낭비할 수 없다는 의회와 여론의 벽에 부닥쳐 실행하지 못했다.

본디 미국은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즐겨 하지 않는다. 1991년 걸프전 승리를 기념해 워싱턴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가 이례적일 정도다. 군사 퍼레이드를 군국주의나 전체주의의 그림자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다. 행사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점도 군사 퍼레이드를 기피하게 했다. 그래서 미국은 군사력을 전쟁터에서만 보여준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꿈은 2019년 7월4일 독립기념일에 마침내 이뤄졌다. 그날 워싱턴에서는 전략폭격기와 스텔스기가 동원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쇼 진행자처럼 무기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미국의 통합을 역설했다. 하지만 반대자들로부터 독립을 기념하기보다는 재선을 향한 정치적 열망만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군사 퍼레이드가 꼭 축제로만 보이는 건 아니다.

유강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논설위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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