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더 쏟아지는데도 폭죽 쏴"…JIMFF 첫날 공연 '미스터리'

제천(충북)=김고금평 에디터 2024. 9. 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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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메인 야외무대인 원썸머나잇의 첫날 공연이 시작된 시간은 오후 7시 30분이었다.

세 번째 출연진으로 3인조 걸그룹 비비지(VIVIZ)가 올라올 때, 무대 스태프가 '악기 보호' 명목으로 스테이지 내부에 천막을 쳤다.

하물며 전기, 연소, 열 같이 반응하면 바로 큰 문제로 연결되는 '위험 요소'들은 좀 더 적극적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는 게 무대 스태프들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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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6일 공연 폭죽 사고…첫발 성공하자 계속 쏘아올려
지난 6일 오후 9시 30분쯤 4인조 여성밴드 큐더블유이알(QWER)이 열띤 무대를 이어가는 와중에 쏘아올린 폭죽이 객석으로 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제천=김고금평 기자


지난 6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메인 야외무대인 원썸머나잇의 첫날 공연이 시작된 시간은 오후 7시 30분이었다. 제천 시민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람객 2000여명이 줄지어 착석했다. 이 시간만 하더라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일기 예보에도 잠깐 올 정도여서 관람객, 출연진, 스태프 등 누구도 비를 신경 쓰지 않았다.

첫 번째 출연자 김푸름의 어쿠스틱 무대에 이어 현진영이 들어섰을 때, 비는 조금씩 내렸다. 이마저도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해 무대 집중에 방해될 정도도 아니었다. 폭죽은 현진영 무대의 하이라이트 때 처음 쐈다. 단발성 폭죽이었고, 그마저도 소리가 커서 출연자들의 사운드를 압도했다.

사회자가 이 무대가 끝난 뒤 "여러분은 비를 조금씩 맞고 있는데, 제가 아래서 보니까 (미안하지만) 그 비 맞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며 나름의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의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세 번째 출연진으로 3인조 걸그룹 비비지(VIVIZ)가 올라올 때, 무대 스태프가 '악기 보호' 명목으로 스테이지 내부에 천막을 쳤다. 악기가 필요 없는 무대인데도, 천막을 설치할 만큼 비의 조짐이 생각보다 심각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실제 비가 생각보다 조금씩 거세지자, 비비지는 한 곡 끝날 때마다 "여러분, 너무 걱정되는데 괜찮으신가요?"하고 여러 번 물었고, 객석에선 "괜찮다"며 무대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때 객석에선 스태프가 분주하게 비옷을 챙겨 모든 객석에 나눠줬다. 덕분에 객석에선 큰 동요 없이 자리를 대부분 지켰다.

객석에 동요가 생긴 것은 여성 4인조 아이돌 밴드 큐더블유이알(QWER)이 오르면서다. 비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렸고, 우비를 입은 기자가 앉은 자리에도 물이 차 앉아 있기 고통스러웠다.

QWER이 공연하는 도중, 폭죽이 객석으로 떨어지는 모습. /사진=SNS캡처


공연 2시간째 이르자, 다시 폭죽이 쏘아올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늘로 뻗지 못하고 객석으로 날아들었다. 이 사고로 40대가 얼굴에 1도 화상을, 10대 여학생이 목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관객도 15명이었다. 무대 맨 뒤쪽에 마련된 간이 '입석 휴식공간'에 비를 피하려던 사람들과 사고 환자들이 뒤엉켜 순간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은 건 비가 점점 거세지고 멈출 기세가 없는데도 폭죽을 쏘아올리려고 한 '의지'다. 일반인도 비 오는 날 폭죽을 터뜨리지 않는 걸 상식으로 알고 있는데, 특수효과 전문가들이 비에 젖은 폭죽이 불완전 연소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몰랐다거나 아니면 일부러 숨겼다거나 하는 것 자체를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경찰 조사에서도 폭죽이 비에 젖어 불완전 연소하면서 위로 솟구치지 못하고 옆으로 날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무대는 '안전'이 우선이다. 현진영의 첫 폭죽이 성공했다고 그다음 폭죽도 괜찮을 거라는 안심이 안전을 위협했고, 결국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어떤 무대는 맨 앞줄에 앉은 관객이 스피커 소리 때문에 고막이 나갔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또 어떤 무대는 '같이 즐기자'는 차원에서 뮤지션이 가볍게 던진 생수병에 다쳤다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한다.

하물며 전기, 연소, 열 같이 반응하면 바로 큰 문제로 연결되는 '위험 요소'들은 좀 더 적극적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는 게 무대 스태프들의 숙명이다.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잊을만하면 계속 터지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불안과 회의가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듯하다.

제천(충북)=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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