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기침체 우려 다시 고개…연준 ‘빅컷’, 공포 확산 도화선 될라

김회승 기자 2024. 9. 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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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제조업 업황과 고용시장이 냉각하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면서 미국 경제 침체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침체가 아닌 ‘점진적인 경기 둔화’ 흐름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지난달 초 ‘블랙 먼데이’(증시 폭락)를 촉발한 공포감과 변동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노동부가 6일(현지시각) 발표한 고용보고서를 보면, 8월 미국의 신규 고용(비농업 부문)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지난 6·7월 고용 수치는 애초 발표보다 큰 폭 하향조정됐다. 사흘 전 발표된 제조업 지수(47.2)가 5개월 연속 수축 국면에 머물며 시장 전망치를 밑돈데 이어 고용 부문까지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은 것이다. 시장에서 “미국의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우려가 다시 불거진 까닭이다.

경기 둔화 우려엔 중국의 경기 부진도 가세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8월 제조업 지수(49.1) 역시 4개월 연속 수축 국면을 나타냈다. 최대 구매처인 미·중 두 나라의 수요 부진 우려에 국제유가는 큰폭 하락했다. 6일 기준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2.14% 급락(배럴당 67.67달러)하며 70달러선 아래로 내려왔다. 최근 한달 새 하락률은 7.6%에 이른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국발 원유 수요 둔화가 지표로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에 미국 경기 우려가 더해지면서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 엔비디아 등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과 엔캐리 자금의 청산 가능성도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기술주를 대표하는 엔비디아는 최근 2주간 주가가 20% 넘게 급락했다. 지난달 말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첨단 기술주의 성장세에 대한 시장 의구심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엔캐리 자금이 증시를 떠날 우려도 남아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8월 블랙 먼데이의 데자뷰 공포감이 스멀대고 있다. 8월 증시 발작도 미국의 부진한 제조업과 실업률 지표가 방아쇠를 당겼고, 엔캐리 자금 청산과 기술주 약세가 증시 하락세를 키운 바 있다.

미 정부는 “경제는 연착륙 중”이라고 진단한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위험들이 있지만 (성장을 유지하면서) 유의미하게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있다. 이는 대다수가 연착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빨간 불이 번쩍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량실업 없이 임금이 적절한 속도로 오르고 소비도 탄탄하다는 점도 그는 강조했다.

실제 경착륙 우려와는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지표 또한 적지 않다. 8월 제조업 지수는 부진했지만,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비스업 지수(51.5)는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2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갔다. 신규 실업보험 청구건수도 2주 연속 감소했고 실업률(4.2%)도 전달보다 떨어졌다. 이런 까닭에 월가에서도 미국 경제의 ‘점진적인 둔화(냉각)’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경기침체 우려가 더 커지면 ‘9월 금리인하’를 사실상 예고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행보는 다소 곤혹스러운 처지가 될 수 있다. 연준이 빅컷(한번에 0.5%포인트 인하)에 나서면 미국 경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공포감이 확산될 수 있고,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하)에 머물 경우 공격적·선제적 경기 부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실망감이 커질 수 있어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를 보면, 연준의 빅컷 전망은 8월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47%까지 상승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주일 전과 같은 30%로 되돌아갔다.

이번주 미국의 8월 물가지수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이미 시장과 관심은 물가에서 고용으로 넘어간 상황이어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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