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앵과 뉴스터디]정보사 간첩(?) 사건…간첩법 개정 불붙나

동정민 2024. 9. 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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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군무원이 군사기밀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누구에게?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사에게요. 해당 기밀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의심됩니다. 정보사는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가져오는 활동을 하는데, 매우 비밀리에 움직입니다. 군복도 공개하지 않는 양복 입고 나오는, 모든 게 베일에 가려진 조직이죠.

극비로 위장까지 하며 활동하는 이들을 ‘블랙요원’이라 부릅니다. 블랙요원은 국정원에도, 정보사에도 있는데, 자신을 사업가나 목사 등으로 소개하며 러시아나 중국 등 북한과 관련 있는 국가에서 활동합니다. 그런데 정보사 군무원이 블랙요원의 명단을 중국에 넘겼다고 합니다. ‘간첩’이란 단어가 떠오르죠? 하지만 간첩법으로 처벌받지 않게 됐습니다. 왜일까요?

▶정보사 군무원, 7년간 中요원에 ‘기밀’ 빼돌렸다?

군사 기밀을 중국에 넘긴 정보사 군무원을 A 씨라고 하겠습니다. A 씨는 5급 군무원으로 정보사에서 20년 넘게 일했습니다. 군무원은 군에서 일하지만 군인 신분이 아닌 직원을 뜻합니다. A 씨는 군인 신분으로 근무하다 퇴역하고 다시 군무원으로 정보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공작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사의 팀장급이었습니다.

사건은 2017년 4월 시작됩니다. A 씨가 현지 공작망을 만나기 위해 중국 연길로 출장을 갑니다. 그런데 화장실에 가다가 중국 요원들에게 체포돼 어디론가 끌려갑니다. 심문을 당하는데요. A 씨, 귀국해서 이 사실을 부대에 알리지 않습니다. A 씨는 나중에 “가족 관련 협박을 받아 두려웠다” 진술합니다.

이상하죠? 중국 요원이 우리 정보사 요원인 A 씨의 공항 도착 사실을 파악했고, 가족 등 신상도 알고 있었던 거죠. A 씨에 따르면 체포한 사람들 중 한 명은 한국어를 쓰는 중국 동포였다 합니다. 하지만 확인된 바는 없고, 중국 정보요원이라고만 추정할 뿐입니다.

A 씨는 “귀국 7개월 뒤인 11월부터 해당 중국 요원에게 돈을 받고 군사기밀을 누설하기 시작했다”고 추후 자백합니다. 군검찰은 2019년 5월부터 돈을 받은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건 12개의 문건과 18개의 음성파일을 넘기고 이를 대가로 1억 6205만 원을 받았다는 겁니다.

A 씨는 SNS를 통해 “◯◯사업 세부 현황이 필요한 게 맞냐” 중국 요원에게 묻습니다. 중국 요원은 “맞다”며 “최대한 빨리 보내달라” 하고, A 씨는 “지금 위험해 접근이 힘든데 서둘러보겠다”, “파일 보냈으니 확인해달라”, “돈을 더 주면 자료를 더 보내겠다” 말합니다. A 씨가 상당히 능동적으로 군사기밀을 물밑 거래하려 한 정황이죠. 가족 협박 때문만은 아닌 걸로도 보이는 대목이죠.

A 씨가 중국 요원에게 넘긴 자료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정보사 조직 편제 ▲정보사 부대원 현황 ▲예하부대 작전계획 ▲내부 정세 판단 등입니다. 모두 군사기밀이며, 블랙요원들이 목숨 걸고 얻어온 자료까지 포함돼있습니다. 블랙요원 명단도 빼돌렸는데, 북한이 이를 파악한다면 블랙요원을 살해할 수도 있거든요. 동료들 목숨이 오가는 자료를 돈 받고 넘긴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정보사는 뭘 하고 있던 걸까요? A 씨가 대단한 기술을 활용해 정보사의 보안을 뚫고 기밀을 넘겼을까요?

▶모든 게 ‘극비’인 정보사, 어떻게 뚫렸나?

A 씨는 자신이 다루거나 만든 비밀은 자유롭게 가지고 나갔고, 때로는 내용을 메모해서 빼돌렸습니다. 다른 부서에서 생산한 건 외부로 가져갈 수 없으므로 대출 신청을 해 가져온 다음 휴대전화에 설치한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으로 몰래 촬영했습니다. 심지어 화면을 캡처하는 손쉬운 방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죠. 군은 보안 구역을 출입하는 사람들의 휴대전화에 보안 앱을 설치해 촬영과 녹음을 막고 있습니다. 그런데 A 씨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꽤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메모한 걸 휴대전화로 찍어 자신의 숙소로 와, 노트북으로 중국 클라우드 서버에 올려 공유한 겁니다.

걸리지 않기 위해 파일별로 별도 암호를 설정했습니다. 하나의 비밀번호가 틀리면 모든 파일이 열리지 않도록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요원과는 중국 SNS인 위챗으로 소통했습니다. 일반 대화방도 아니고, 게임방을 만들어 음성 채팅을 했습니다. 이 음성 메시지 파일만 2천 개가 나왔습니다.

정보사는 어떻게 7년 동안 A 씨를 잡아내지 못했을까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박근혜 정부 시절 계엄령 문건을 만든 사실이 알려진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를 해체 시켜버립니다. 대신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로 바꾸는데, 동시에 훈령을 개정해 기무사가 가지고 있던 정보사 감사 권한을 없앱니다.

결국 정보사를 감사할 외부 기관이 사라진 겁니다. 2017년 기무사의 감사를 마지막으로 정보사는 7년간 외부 감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정보사 군무원 A 씨가 군사기밀을 빼내 돈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 2017년부터죠.

그럼 A 씨의 범행이 어떻게 발각됐을까요? 지난 6월 국내 정보기관의 전문 해커가 북한당국의 한 서버에 침투합니다. 중국 랴오닝성에 있는 기업의 서버인데, 겉은 중국 기업이지만 사실 북한이 운영하는 위장 기업으로 의심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해당 서버에서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을 발견한 겁니다.

해커는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에 신고합니다. 방첩사가 유출된 정보를 열람한 직원을 색출하다보니 A 씨가 특정됐고, A 씨의 노트북에서 같은 명단을 발견한 겁니다. 처음에 A 씨는 “북한이 내 노트북을 해킹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나중에 자백을 하죠. 단순히 중국 요원에 넘긴 게 전부가 아니란 의심이 듭니다. 북한 서버에서 A 씨가 넘긴 자료가 나왔으니까요. 여기서 ‘간첩법’ 논란이 불거집니다.

▶‘블랙요원 누출’ 정보사 군무원, 간첩죄 안 된다?

‘군기밀 유출’ 사건은 방첩사가 군검찰에 넘기고 군검찰이 재판에 넘겼습니다. A 씨에게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일반이적죄 ▲뇌물죄 등이 적용됐습니다. 방첩사는 간첩 혐의까지 적용해 구속 송치했지만 군검찰이 기소할 땐 빠졌습니다. 핵심은 유출된 정보가 북한까지 갔는지는 입증이 안 됐다는 겁니다.

단순 군사기밀 누출, 즉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은 최대 15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간첩죄’가 적용되면 사형 혹은 무기징역입니다. 형법 98조에 따르면 간첩은 ‘적국을 위해 간첩한 자’,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 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쟁 상대국인 적국에 유출해야 간첩이 된단 겁니다. 여기서 적국은 북한이겠죠.

A 씨가 중국 요원을 만났으니 중국에 기밀을 유출한 건 100%지만 중국은 우리 군이 규정한 적국이 아닙니다. 따라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까지만 적용된 거죠. 앞서 살펴봤듯이 북한 서버에서 블랙요원 명단이 발견됐지만 군검찰에 따르면 “약간 다른 부분이 발견돼 간첩혐의 적용은 어려웠다”고 합니다. 수사가 끝났거나 간첩 혐의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 추가 조사를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간첩을 간첩이라 못 부르는 홍길동법”이라 꼬집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넓혀야 한다” 주장했습니다. 중요한 군사기밀을 꼭 북한에만 넘겨야 간첩이냐, 중국에게 넘긴 것만으로도 간첩 아니냐는 거죠. 하지만 ‘간첩죄’는 처벌이 워낙 세다 보니 적국으로 적용 범위가 한정돼있는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1대 국회에서 간첩죄 조항을 바꾸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 “일률적으로 강하게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해야 한다”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여야 모두 간첩 범위를 넓히는 데 반대하지는 않지만, 일부 걱정도 나오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기서 퀴즈 나갑니다.

정답을 아신다면 유튜브에 ‘동앵과 뉴스터디’를 검색해서 해당 영상에 댓글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시원한 커피를 드립니다.
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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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동정민 전민영 기자·김정연 작가
연출: 황진선PD
편집: 허수연‧박현아PD

동정민 기자 ditto@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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