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비싼 '친환경 항공유' 만드는 이유
'에쓰오일 SAF' 주유한 국제노선 첫 운행
27년 의무화됐지만, 수백억 투자비 부담
50년 탄소상쇄비 3700억…정부 지원 절실
차세대 친환경 항공유 시대가 열렸습니다. S-OIL(에쓰오일)은 지난 1일 인천공항-도쿄 하네다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처음으로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주 1회 공급했습니다.
SAF는 'Sustainable Aviation Fuel'의 약자로, 폐식용유·동물성 지방·폐기물·에탄올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들죠.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은 최대 80% 줄어든다고 합니다.
'SAF' 뜨는 이유
SAF가 주목받는 이유는 항공분야서 탈탄소화를 이룰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항공기 이륙중량의 평균 40% 이상을 차지하는 건 항공유입니다. 이 무게를 줄여야 탄소배출량이 감소할텐데요.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배터리로도 항공유 없인 장거리 비행이 불가하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결국 '친환경 항공유'를 사용하는 게 해법인 셈입니다.
2027년부터는 국제항공사들이 의무적으로 탄소를 줄여야 합니다. UN 산하기관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국제 항공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국제항공 분야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CORSIA'는 2019년 국제항공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이를 85% 초과할 때 해당 항공사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하는 제도입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진 시범 기간이었고요. 올해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해 126개국의 항공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는 2027년부터 의무화돼 전 세계 모든 항공사가 적용을 받게 됩니다.
경제적 비용을 추산하면 보다 극명히 드러납니다. 학계 및 업계는 기존 항공유를 사용했을 때 한국 국적항공사의 의무탄소상쇄량이 2025년 61만톤에서 2050년 1700만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재 탄소시장 가격을 적용하면 2050년께 탄소상쇄비용은 37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글로벌 SAF 수요가 2025년 80억톤에서 2050년 4490억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SAF 시장 규모가 현재 5조원 대에서 2027년 2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고요. 주요국들이 SAF 관련 정책을 적극 도입, 정유사들이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입니다.
비싼 SAF, 수요는 불투명
국내 시장 선두주자는 에쓰오일입니다. 에쓰오일은 SAF 생산·국제인증·공급 등을 모두 아우르는 과정에서 국내 정유사 중 가장 앞서고 있습니다.
에쓰오일은 SAF 급유 상용운항에 앞서 올 1월 국내 최초 SAF를 생산했고요. 4월엔 국제인증(ISCC CORSIA)까지 최초로 획득했습니다.
현재 에쓰오일은 '시범 처리(co-processing)'를 통해 SAF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원유설비를 활용, 바이오 원료를 처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가령 중국산 참기름을 짜는 기계에 한국산 참깨를 넣어 국산 참기름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가장 바람직 한 방법은 SAF 전용 설비서 제품 생산을 진행하는 것이지만, 현시점에선 녹록지가 않습니다. 시장 내 수요가 전무해서죠.
SAF 가격은 기존 항공유 대비 6배 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집니다. 가격 탓에 항공사들이 수요를 급격히 늘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수요가 불투명하니 정유사 입장에서도 수백억원을 들여 SAF 전용 설비를 짓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에쓰오일은 규제 특례 샌드박스를 신청해 정부의 승인을 받았고, 시범 처리를 통해 국내 최초 SAF 생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금은 최소한의 SAF 수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 가치 및 진출 속도 등을 따져봐야하는 단계이기에 일단 시범처리를 통해 제품 생산에 나섰고, 이후 국제인증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 하반기부터 별도의 SAF 시설을 건설하는 것에 대한 경제성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에쓰오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 '신규 공장 건설을 통해 2028년 이후 SAF를 양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과 같은 맥락입니다.
정부 지원 절실
향후 관건은 투자세액공제 등 인센티브 정책입니다. 이미 주요국들은 정유사가 SAF 전용 생산설비 확충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죠.
EU는 혁신기금을 SAF 등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높은 프로젝트에 우선 제공하도록 했고,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갤런 당 최대 1.75달러 세금을 공제키로 했습니다. 일본도 정부 기금을 통해 SAF 원자재 공급망 구축을 돕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죠.
최근 정부가 내놓은 지원방안도 인센티브 관련 내용이 언급된 바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가 적기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투자세액공제 확대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높은 SAF 생산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이 확정돼야만 정유사들이 추진 중인 SAF 사업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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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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