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식포럼] ‘H마트에서 울다’ 저자 미셸 자우너 “엄마와 나, 음식 만들며 더 가까워져”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4. 9. 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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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은 을밀대죠."

'한국에서 1년 살기' 중인 미셸 자우너는 말했다.

사별한 지 꼭 10주기인 올해 자우너는 서울로 옮겨 와 '1년 살이' 중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우너는 생후 9개월 때 미국으로 옮겨 가 우리말이 익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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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지포에서 ‘세계 사로잡는 K푸드’ 대담
전세계 울린 밀리언셀러…韓서도 인기
“밥을 차린다는 건 가장 원초적 돌봄”
음식·문화·가족애 주제 감동 선사 예정
1990년대 미국의 한 한식당에서 미셸 자우너(오른쪽)과 엄마 정미 씨가 식사하며 웃고 있다. 밥도둑 간장게장을 쪽쪽 빨아 먹고, 초고추장을 푹 찍은 산낙지를 입안에서 오물거리는 어린 자우너를 보며 정미 씨는 “넌 진짜 한국 사람이야”라고 했다. /미셀 자우너
“평양냉면은 을밀대죠.”

‘한국에서 1년 살기’ 중인 미셸 자우너는 말했다. 그는 “‘필동면옥’과 ‘을밀대’에서 먹어봤다”며 “남편과 동료 드러머(크레이그 헨드릭스)는 필동면옥을 선호하지만 지금까지 내 최애는 ‘을밀대’”라고 했다.

밀리언셀러 ‘H마트에서 울다’ 저자이자 인디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보컬로 활동하는 미셸 자우너가 제25회 세계지식포럼을 찾는다.

11일 ‘세계를 사로잡은 K-푸드’ 세션에서 ‘미슐랭 스타’ 셰프 이준과 K푸드, K컬처, 그리고 가족애를 얘기한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포럼 참가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H마트에서 울다’는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췌장암으로 여읜 모친 고(故) 이정미 씨를 그리며 한 자 한 자 눌러쓴 에세이다.

절절한 사모곡과 이민자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은 인종과 세대, 국경을 초월해 상찬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았고, 같은 해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도 선정됐다. 세계적으로 100만부 이상 읽혔고, 국역본도 8만부 넘게 나갔다.

책장 사이사이엔 모녀가 같이 먹은 팥빙수, 갈비, 된장찌개, 비빔밥에 얽힌 추억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사상가 이어령은 “우리는 ‘살맛 난다’ ‘죽을 맛이다’처럼 생과 사까지도 미각으로 표현하는 유일한 민족”이라며 “‘먹는다’ 속에 한국인의 철학과 우주, 문화가 담겨있다”고 논설한 바 있다.

어머니가 밥을 차려주고 나눠 먹는 행위는 자우너에게도 “가장 원초적이고, 확실하며, 자꾸 떠오르는 돌봄의 형태”다.

두 살 배기 자우너(왼쪽)를 안고 있는 엄마 이정미 씨.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난 자우너는 생후 9개월 때 부모와 미국으로 옮겨 가 오레곤주 유진에서 자랐다. /미셸 자우너
“엄마는 (나와) 함께 만들어 먹으며 좋아했어요. 우린 더 가까워질 수 있었죠. 특히 갈비가 기억에 남아요. 양념장 맛이 일품이었죠. 이튿날엔 남은 걸 모아 총각김치, 콩나물, 계란과 한 그릇에 담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올려 비벼 먹기도 했답니다.”

사별한 지 꼭 10주기인 올해 자우너는 서울로 옮겨 와 ‘1년 살이’ 중이다. 남편 피터 브래들리 씨와 망원동 빌라에서 지내며 어머니 나라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있다.

요즘은 미국에 없는 한식 맛집들을 찾아다닌다. 콩국수를 즐겨 먹고, 또 자주 가는 수제비집에서 나오는 ‘보리밥에 열무김치’가 그렇게 맛있단다.

여기서 배우고, 맛보고, 느낀 것들을 써 내려가며 새 책도 펴낼 계획이다.

한국 산 지 9개월째로 이제 요리도 꽤 늘었다. 집에서 망원시장까지 걸어도 지척이라 이따금 재료를 사다가 비빔밥도 해 먹는다.

간식으로는 떡집에서 가래떡을 사다가 에어 프라이어에 구운 뒤 특제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꿀 곁들이는 사람이 더 많다”고 참견하자 자우너는 웃으며 답했다. “우리집은 이렇게 먹어요. 고소한 스타일 좋아해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우너는 생후 9개월 때 미국으로 옮겨 가 우리말이 익숙지 않다.

인터뷰 내내 영어로 말했지만 아는 단어는 꼭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했다. 매일 서강대 한국어교육원에서 4시간씩 ‘모국어’를 습득하기 위해 ‘열공’한 결과다.

미국에선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신인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 가수지만, 전 세계 다양한 친구들이 모인 강의실에선 자우너도 똑같이 한 명의 학생이다.

“늦깎이 대학생활을 하며 재밌는 일도 많다”고 자우너는 전한다.

“‘연예인’이라는 단어를 배울 때였어요. 직접 본 적이 있느냐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질문했죠. 전 BTS를 ‘그래미’에서 만났다고 답했어요. 그녀는 안 믿었죠. ‘TV 아닌데, 직접’이라면서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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