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우산 잘못 가져간 60대 ‘절도죄 기소유예’… 헌재서 취소

식당에서 자신의 우산과 비슷한 남의 우산을 가져갔다가 절도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이 헌법재판소에서 구제받았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8월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뉴스1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A(64)씨가 검찰을 상대로 제기한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 대해 지난달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A씨는 2022년 8월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 방문한 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타인의 우산을 가져갔다. 해당 우산은 시가 20만원 상당의 고급 우산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A씨를 피의자로 지목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식당을 나가면서 피해자의 우산을 내 우산으로 착각하고 잘못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고, 피해자의 우산을 반환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2022년 10월 A씨의 절도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의미한다.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

헌재는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A씨와 피해자의 우산은 모두 검은색 장우산으로 색상과 크기 등 외관이 유사하다”며 “A씨의 연령 및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우산을 착각했다는 A씨의 주장이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헌재는 또 “검찰은 추가 수사 없이 A씨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기소유예 처분에 중대한 수사 미진 또는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취소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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