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정보공개법 개정, 모호한 기준으로 시민의 입 틀어막으려 해”
정보공개 운동을 활발히 벌여온 시민단체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정보 비공개가 일상이 된 현 정부에서 정보공개법 개정으로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8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와 오픈넷에 따르면 이들은 행정안전부가 지난 7월31일 입법예고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지난 5일과 3일 각각 제출했다.
행안부가 입법예고한 정보공개법 일부 개정안은 부당하거나 과도한 청구에 대한 판단 기준 및 종결처리 근거 마련, 중복 청구 등 종결처리 사유 확대 등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제5조3항에서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자는 공공기관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제11조의3 제1항에서는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하는 경우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쳐 종결처리를 할 수 있다”고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의견서에서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행정청이 판단하게 되면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국민들의 정보공개를 부당하게 제한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반복 청구에 대해 통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청구인이 행정청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려 할 때 불복의 대상으로 삼을 처분(통지)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청구인의 재판 청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 상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청구’의 판단 근거로 ‘정보공개제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것’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방대한 양을 정보공개 청구하여 업무처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 등을 규정했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이런 내용이 헌법상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한다는 의견을 냈다. ‘부당’이나 ‘과도함’ ‘괴롭힐 목적’, ‘방대한 양’, ‘현저한 지장’은 추상적·주관적인 불명확한 개념으로 판단자인 공공기관, 정보공개심의회의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네트워크(21조넷)는 성명서에서 “현 정부는 취임식 초청자 명단 파기, 불투명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 채상병의 죽음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 은폐, ‘김건희 명품백’과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논란에 대한 자료 은폐 등 ‘비공개 공화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공무원들을 악의적인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기관에 시민들의 청구에 대한 종결처리 권한을 주고, 입을 틀어막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행정소송 끝에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받아낸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는 “극소수의 사람이 과도한 청구를 한다는 이유를 드는데 그건 정보공개 이용약관을 약간만 고쳐 이용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로 막을 수 있다”라면서 “대통령비서실, 법무부, 검찰, 감사원 관련 정보공개 요구에 법을 개악하면서 대응하려는 정치적으로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은 오는 9일 끝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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