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입맞춤 광고’ 중단시킨 강남구…“민원 탓하는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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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대로 한 건물 외벽 전광판에 내걸린 성소수자 데이팅앱 광고 영상이 나흘 만에 모습을 감췄다. 강남구청이 민원을 이유로 광고 송출을 중단시킨 것인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남구청 등의 설명을 8일 들어보면, 한 성소수자 데이팅앱 국내 운영사는 지난달 26일부터 1년 동안 강남구 논현동 강남대로에 위치한 건물 외벽 전광판에 앱 홍보 영상 광고를 내걸기로 했다. 광고 영상에는 성소수자 커플이 가볍게 입맞춤을 하거나 포옹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앱 운영사는 영상 송출권을 가진 전광판 광고 회사와 20초 분량의 해당 영상을 하루 100회 이상 내보내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해당 광고는 영상이 송출된지 나흘 만인 지난달 30일 다른 광고 영상으로 대체됐다. 강남구청이 제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남구청 쪽은 민원 대응 차원의 조처였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미풍양속을 저해하거나 청소년 선도에 유해 우려가 있는 광고물은 금지하도록 규정한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광고 회사에 영상 송출 중단을 요구했다”며 “학교 등굣길에 불건전한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는 민원이 여러 건 들어와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구청의 제재 결정이 혐오에 기반한 행정이라고 반박했다. 지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성소수자 존재 자체를 유해하다고 보는 혐오적 시각이 들어간 결정”이라며 “민원 탓을 하는데, 행정기관이라면 적어도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민원은 걸러낸다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잇따른 차별적 행정과 결정이 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이 성소수자 콘텐츠에 제동을 거는 일은 이전에도 수차례 벌어졌는데, 국가인권위원회는 그간 이를 ‘차별적 행정’으로 판단해왔다. 지난해 5월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조직위에 ‘퀴어 영화를 상영하면 영화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주최 쪽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인천시 행정은 차별적이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2021년 고 변희수 하사의 복직을 지지하는 지하철 광고에 대해 서울교통공사가 게재를 불허한 데 대해서도, 인권위는 “성소수자를 포함해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차별 행정 논란과 관련해 “법령에 따른 것일 뿐 성적 취향 등 개인의 가치관에 대해선 중립적 입장이다. 민원 대응 차원이라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