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년 환율 급락 가능성’ 보고한 기재부, 외평기금은 65조원 줄여
정부가 국회에 ‘내년 환율 급락 가능성’을 보고하고도 정작 내년 예산안에서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 운용 규모를 올해보다 65조원 적게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환율 대응 관련 진단과 처방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자 또다시 ‘기금 돌려막기’를 검토하는 상황이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 계획안’을 보면, 기재부는 국회에 “2025년은 환율 상승뿐만 아니라 환율 하락의 양방향 위험에 대해 균형 있게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기재부는 “특히 주요국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하고 지정학 긴장도 해소될 경우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2025년의 경우 주요국 금리 등 정책전환과 미국 대선 등 정치전환의 변곡점이고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환율 급변동시 해외투자자·수출입 기업 등 경제주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급격한 환율 하락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외평기금 원화 재원을 건전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
정작 기재부는 내년도 외평기금 운용 규모를 올해보다 64조8000억원 줄어든 140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외평기금은 원·달러 환율의 급등락을 막기 위한 기금으로 ‘외환시장 방파제’로 불린다. 환율이 급락하면 보유 원화로 달러를 사들이고, 환율이 급등하면 보유 달러를 팔아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한다.
정부가 지난해 외평기금에서 19조9000억원을 세수펑크를 메우는 데 끌어다 쓰면서 기금 여력이 줄어든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외평기금에 있던 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을 거쳐 세수 펑크를 메우는 데 썼다. 즉 외평기금이 공자기금에 조기 상환한 돈을 국고채 상환에 쓰지 않고 세수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일반회계에 예탁했다.
기재부는 외평기금 규모가 줄어도 환율 대응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내년에는 외평기금의 공자기금에 대한 조기 상환이 없기 때문에 외평기금 운용규모도 그만큼 줄었다”며 “외평기금이 올해 비정상적으로 200조원까지 올라갔다가 내년부터 예년 수준인 130조~140조원으로 돌아온 것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외환시장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재부가 외환시장의 불안을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외평기금을 줄였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기재부 스스로 내년도 외환시장의 불안을 예고해놓고 외평기금을 줄인 것은 이상하다”며 “기재부의 진단과 처방이 어긋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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