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법학자의 두 얼굴···브라질 인권장관, 성폭력 혐의로 해임
인권시민부 장관은 “거짓말”이라며 의혹 부인
인권 법학자 출신 실비오 알메이다 브라질 인권시민부 장관(48)이 여러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에 그를 장관직에서 해임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 글로보에 따르면 브라질 대통령궁은 전날 “룰라 대통령은 알메이다 장관에게 제기된 중대한 고소 건과 관련해 그를 소환해 대화를 나눴다. 이후 그를 해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궁은 “대통령은 혐의의 성격을 고려하면 (그가) 장관직을 유지하는 것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그에 대한 경찰 조사도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룰라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사원과 대통령윤리위원회도 그의 성폭력 의혹을 조사할 것이며, 알메이다 장관의 변호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지 성폭력 대응 단체 ‘미투 브라질’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알메이다 장관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봤다는 사건을 여러 건 접수했으며, 피해자 동의를 받고 이 사실을 알린다고 밝혔다. 미투 브라질은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연루된 성폭력 사건에서 흔히 그런 것처럼,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제도적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피해 사실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밝힌 한 피해 여성은 온라인 매체 UOL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 약 15명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알메이다 장관이 자신의 사타구니를 더듬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의 지명으로 2023년 1월 인권시민부 장관에 취임한 알메이다는 변호사와 법학 교수를 역임하며 인권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왔다. 특히 흑인인 그는 인종차별과 관련한 법학 논문과 책을 여러 권 냈다. 현재 흑인과 소수민족에 법적 지원을 하는 인권단체 ‘루이스 가마 연구소’의 소장직을 맡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브라질에서는 피해자와 연대하는 물결이 이어졌다.
아니엘 프랑코 인종평등부 장관은 “우리는 여성과 소녀들이 자신의 직장, 학교, 가정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시 조처를 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며 룰라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그 스스로가 알메이다 장관의 또 다른 피해자였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고 했다.
룰라 대통령의 부인 로산젤라 다시우바 여사는 SNS에 자신이 프랑코 장관의 이마에 키스하는 사진을 올리며 간접적으로 프랑코 장관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알메이다 장관은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 6일 성명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주장이 “거짓말”이라며 “저명한 지위에 있는 흑인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사당국의 자유롭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룰라 대통령에게 자신을 해임해달라고 먼저 요청했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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