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의 기회” 일본 입헌민주당, 대표 선거 대진 확정
오는 23일 치러지는 일본 입헌민주당 새 대표 선거 대진표가 확정됐다. 9월 말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끝난 뒤 중의원 조기 해산과 총선거가 예상되는 만큼, 제 1야당인 입헌민주당 대표 후보들은 ‘정권 탈환 최적임자’라는 점을 선거 전략으로 앞세우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8일 입헌민주당 대표 선거 고시 결과, 이즈미 겐타(50) 현 대표를 비롯해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67)와 에다노 유키오 전 대표, 요시다 하루미 중의원 의원이 출마를 확정 지었다고 보도했다. 후보 가운데 가장 중량감 있는 인물은 국정 운영 경험이 있는 노다 전 총리다. 그는 지난 7일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권교체야말로 가장 큰 정치개혁”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이번이야말로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라며 “(다른 야당과의 공조로) 야당 의석 수를 최대화해 자민당 의석을 과반 이하로 끌어내리겠다”고 말했다. 과거 민주당 집권 시절 당 간사장과 관방장관을 지냈던 에다노 전 대표는 “여당이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인데도 야당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지 않고 있다”며 “일본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분명한 비전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즈미 현 대표는 이제 갓 50살이 된 ‘젊은 정치인’으로 지난 3년 입헌민주당을 이끌었고, 지난 4월 중의원 보궐선거 세 곳에서 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는 “(당 대표로서) 아주 어려운 시기에 당 대표를 만들어 정권교체 전야라고 할 만한 상황까지 우리 당을 재생시킬 수 있었고, 지방에서도 자민당에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며 “내가 정부를 맡아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일한 여성 후보이자 초선인 요시다 중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를 목표로 하겠다”며 정치 자금 관련 영수증 전면 공개 등을 공약으로 깨끗한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입헌민주당으로선 자민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현재 상황에서 차기 중의원 선거가 열릴 경우, 새로운 당 대표가 정권 교체가 결정되는 선거에서 ‘얼굴’이 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자민당은 지난해 주요 파벌의 비자금 조성 문제가 드러나면서 한때 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는 등 2009년 민주당에 정권을 뺏겼을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는 전망이 잇따랐다. 다만 27일 당 총재를 선출하는 자민당에선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나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등 인지도 높은 인물들과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비롯한 주요 각료들이 줄줄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입헌민주당에선 예측 가능한 수준의 후보들이 엇비슷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이렇다 할 흥행요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입헌민주당 대표 선거에서는 정치 개혁 문제뿐 아니라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다른 야당과의 협력, 소비세 감세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아사히 신문은 “노다, 에다노, 이즈미 등 3명의 후보는 (또다른 야당인) 국민민주당과의 연대 필요성을 언급한 대신 공산당과의 연대 방식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고, 요시다 후보는 특정 정당에 대한 언급없이 다른 당과 선거 협력을 추진하겠다만 밝혔다”고 보도했다. 소비세 문제와 관련해서 노다, 에다노, 이즈미 후보는 저소득층 대책의 하나로 세액 공제와 현금 급여를 결합한 ‘급여형 세액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공감했다. 반면 요시다 후보는 앞으로 3년간 한시적으로 소비세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입헌민주당은 차기 중의원 선거를 정권 교체를 위한 ‘결승전’, 이번 당 대표 선거는 ‘준결승전’으로 보고 있다”며 “7일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현실 노선을 의식한 탓인지 후보들의 주장이 (선명함 없이) 무뎌지는 장면이 눈에 띄었고, 당내에는 선거 기간이 겹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헌민주당 선거가 묻힐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 대표 선거는 17일간 선거 운동을 거쳐 오는 23일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투표로 최종 당 대표를 선정한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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