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 서민 곡소리 이어지는데…나홀로 미소짓는 이들은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9. 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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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경DB]
다시 시작된 집값 급등세에 대출받아 집 사려는 국민은 늘어나고, 정부는 나라 전체 가계 빚 증가로 고민 중이라는 소식을 얼마 전에 전해드렸어요. 역대 최대 규모인 가계 빚을 줄이려면 곧 세계적 추세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 그랬다간 오히려 대출받는 사람이 더 늘어나고 집값도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죠.

국민도 정부도 고민인 이 시기, 사실 조용히 웃고 있는 기업들이 있어요. 바로 은행들이에요. 이자 장사로 정말 돈을 잘 벌고 있거든요. 대놓고 티 나게 좋아하지는 않지만요.

은행이 돈을 잘 벌고 있다고?
국내은행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정말 좋은 한 해를 보내고 있어요.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은행이 이자로 벌어들인 돈(이자 이익)은 29조 8000억원에 달했어요. 6개월간 벌어들인 돈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예요. 상반기 국내은행이 벌어들인 총이익 중 약 90%는 이자 이익이었으니, 사실상 은행들은 이자 장사만으로 돈을 쓸어 담은 셈이에요.
자료=금융감독원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은행들은 하반기에 돈을 더 잘 벌게 될 가능성도 커요. ‘예대 금리차(예대 마진)’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예대 마진이란 은행이 취급하는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를 말해요. 은행들은 이걸 이용해서 돈을 벌죠. 예금에는 연 4% 이자를 주면서, 대출해 줄 땐 6%에 빌려주는 식이에요.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이 이익을 더 많이 남기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요즘 이 예대 마진이 점점 커지는 중이에요.
예대 금리차, 왜 커지는 건데?
곧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반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올랐어요. 최근 들어 집값 상승세로 대출받아 집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자, 정부가 늘어나는 가계 빚을 우려해 ‘가계 대출 관리에 협조하라’고 은행들에 요청했기 때문이에요. 주담대가 가계 빚을 빠르게 늘리는 걸 보고 정부는 ‘이러다간 집값은 더 오르고, 대출받는 사람이 더 늘어날 수 있겠다’는 우려를 한 거예요.

정부의 요청에 대출을 줄이기 위해 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올렸어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경우 지난달부터 모두 여러 차례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어요. 은행들은 함께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금리가 낮은 특정 은행에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해요. 하지만 높은 이자율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은행들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상황인 게 사실이에요. 혹여나 ‘국민이 힘든 시기에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걸 걱정은 하겠지만 말이죠.

결국 곧 기준금리가 인하될 거라는 예상이 반영돼 예금 금리는 먼저 낮아지기 시작했지만, 대출 이자는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지게 됐어요. 예금과 대출 금리는 보통 함께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게 보통이에요. 하지만 최소한 최근 주택담보대출에는 이런 공식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거고요.

그래도 계속 늘어나는 가계빚
그렇다면 정부가 은행에 요청한 주담대 금리 인상은 가계 빚 줄이기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요? 지금까지 결과만 보면,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해요. 대출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이미 은행들은 올해 1년간 가계에 대출해 주려고 계획했던 금액을 훨씬 넘겼어요. 4대 은행(5대 은행에서 농협 제외)의 연간 경영계획과 비교하면, 이미 지난 8월 21일까지 가계대출은 계획했던 금액의 150%를 초과했대요.
4대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을 A~D은행으로 표기. /자료=금융감독원
가계 빚을 줄이려했지만, 결국 예대 금리차만 크게 만들었다는 뜻이에요. 거기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가계 빚 관리에 실패한 정부가 은행들에 조금 더 대출을 줄이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커요. 세계적 기준금리 인하 추세에 따라 예금 금리는 더 내려가는데, 대출 금리는 더 오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상반기에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하반기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예요.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은행들의 이자 이익만 더 늘리고, 애꿎은 금융 소비자만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해요. 실제로 이번 달부터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행하며 전반적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더 올라가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 인상을 겪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어요. 많은 사람이 “정부 대책이 결국 대출 금리만 올리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지적하는 이유예요. 실제 가계부채 관리에 효과적이면서도 서민 금융 소비자의 피해는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이대로면 더 규제한다는 정부
정부는 앞으로 연간 계획 대비 가계대출을 과도하게 해주는 은행에 대해선 추가적인 규제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게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낮춰잡겠다는 경고였어요. 가계에 해주는 대출을 너무 늘리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이에요.

현재 은행들은 특정 고객의 DSR이 40%가 넘지 않도록 개인 대출을 관리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수치를 더 낮출 수 있다고 밝힌 거예요. 쉽게 말하면 ‘대출을 더 확 조일 수 있다’고 얘기한 셈이에요. DSR은 가계가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각종 대출을 할 때 적용되는 대표적 규제예요. 이걸 더 엄격하게 적용하면 정말 많은 사람의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올해는 과연 금융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부는 집값 급등세를 진정시키고, 늘어나는 가계 빚 줄이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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