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차' 없어지려면 멀었다…'현실적 탈탄소 대안'에 주목

시카고(미국)=박찬규 기자 2024. 9. 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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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징검다리 바이오에탄올]① 세계 각국 탈탄소 움직임 속 에너지 연구↑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던 전기자동차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운행 중에는 탄소 배출이 없지만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의 전주기적관점(LCA)으로 바라볼 때는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인한 불안감이 커진 점도 한몫했다. 무턱대고 전기차만 논할 게 아니라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 자동차제조사들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판매 둔화 현상)을 돌파하기 위해 차세대 하이브리드차 등 대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운행 중인 내연기관차가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닌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탄소 감축을 위한 현실적 대안 마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자동차업계와 전문가들은 구동방식 측면에서 '하이브리드자동차'(HEV)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특성을 모두 갖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함께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의 힘을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으니 자연스레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연료' 자체에 대한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이오연료'다. 현재 한국 정부는 바이오연료를 '경유'(디젤)에만 의무 혼합 5%를 유지하고 있을 뿐 휘발유(가솔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미 20여년 전 한국 정부는 연구결과를 통해 바이오에탄올을 수송연료로 사용하면 탄소 감축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얻었음에도 여전히 활용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당시엔 정부가 아니라 일부 업체가 에탄올 사용을 장려했지만 결국 '유사 석유' 논란에 사용이 금지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의 40%가량이 세금인데 기준 없이 에탄올을 섞으니 그만큼 세금이 줄어 탈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사례다. 게다가 사용 비율 제한 없이 마음대로 넣으니 제 성능을 내지 못했다. 미국 등 해외 여러 국가처럼 정책적으로 10% 혼합(E10) 등 기준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은 바이오에탄올을 연료로 인정하면서도 사용 시 희석 비율을 정하지 않아 사용하면 법을 어기게 되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 60개국에서 10% 혼합 제품인 E10을 통해 탄소감축과 에너지안보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차 증가하는데… 연료 고민 필요한 시점


미국의 한 주유소에 설치된 주유기. 다양한 혼합률의 연료를 고를 수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올해 상반기 경유차 판매비중은 처음으로 10% 미만(9.3%)으로 떨어졌지만 휘발유차는 48.9%로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보인다. 하이브리드차는 대부분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데 판매비중은 22.9%였다. 여전히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 차가 70% 이상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휘발유를 사용하는 차종의 판매비중이 높은 상황인 만큼 연료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수송부문에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연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가 현재 바이오디젤에만 적용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연료 의무혼합제도(RFS)에 바이오에탄올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테판 뮬러 시카고 일리노이대 교수는 "하이브리드차는 적어도 다음 세대까지 답"이라며 "현 세대가 확실히 해야하는 건 하이브리드에 깨끗한 휘발유를 사용해야 한다는 대목으로 에탄올과 혼합해 탄소수치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성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 아르곤연구소 박사는 "바이오에탄올 원료의 생산부터 최종 자동차의 연소에 이르는 전주기 분석 결과, 바이오에탄올이 휘발유보다 약 44~46%의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위 면적당 바이오에탄올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 생산량은 꾸준히 늘었지만 비료나 에너지 사용은 줄어 바이오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은 감소세"라고 했다.

미국곡물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에탄올은 현재 미국, 캐나다, EU, 브라질 등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에탄올 혼합율 10% 연료인 'E10'을 의무화했고 지역별로 최대 85% 에탄올을 섞은 'E85'를 판매하기도 한다.


차보다 더 급한 건 비행기 연료 'SAF'


바이오에탄올을 비롯한 바이오연료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사진=박찬규 기자
자동차보다 더 급한 건 지속가능항공유(SAF)다. 세계 최대 항공유 수출국인 한국은 정작 SAF 대응이 매우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출 자체가 막힐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 국산 SAF 급유 첫 상용운항을 지난 8월에야 시작했다. 전 세계 20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4번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SAF를 동·식물 유래 바이오매스, 대기 중 포집된 탄소 등을 기반으로 생산되는 친환경 연료라고 정의한다. 기존 항공유 탄소배출량의 평균 80%까지 저감이 가능하다는 게 협회의 시각.

한국 정부는 뒤늦게 SAF에 대응하고 있지만 우려도 크다. SAF 원료를 폐식용유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앞으로 SAF 사용량이 늘어나면 폐식용유 수급이 어렵고, 팜유 등을 폐식용유로 속이는 등의 행위도 벌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SAF 원료를 단정지으면 안 된다고 우려한다.

스테판 뮬러 교수는 "폐식용유의 경우 폐오일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에탄올로 항공연료를 만드는 지보(GEVO), 란사제트(LanzaJet), 해파(HEFA)-SPK, UOP 등은 한 가지 기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기술을 접목해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한다"고 했다.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는 "지속적인 정밀농업의 발전, 에탄올 생산 수율의 증가, 부산물을 통한 배출 크레딧 확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료 원료인 주정박 생산, 바이오디젤 원료인 옥수수 오일, 발효과정에서의 CO2 포집 증대 등 기술 발전으로 활용 범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수송용 에너지원의 다양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회사가 전동화 전환을 선언하며 전기차, 수소차를 만들고 있지만 전 세계 운행 중인 15억대의 자동차는 여전히 탄소연료를 쓴다"며 "기존 운행 중인 차 연료 외에도 항공, 해운 분야처럼 당장 전동화가 쉽지 않은 분야에서는 바이오연료 중 바이오에탄올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미국)=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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