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똑같다” 삼성·LG도 깜놀…TV만 베끼는 게 아니었다니 [IFA 2024]
LG 로봇 ‘Q9’ 닮은 하이센스 ‘할리’ 등장해 눈길
한국 제품 따라한 인테리어 TV도 일제히 전시
[헤럴드경제(베를린)=김현일 기자] 중국 가전업체들은 올해도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를 통해 생활가전 전반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전시하며 이전과는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 TCL과 하이센스는 TV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 세탁기·건조기 제품군에서도 삼성·LG와 유사한 제품을 대거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풀터치 스크린을 장착한 세탁기와 건조기를 선보이며 생활가전 전반에 퍼진 스크린 경쟁에 중국도 본격 참전한 모습이었다.
TCL 전시관에서 만난 관계자는 “향후 세탁기에 7인치 LCD 터치 스크린을 탑재할 예정”이라며 해당 디스플레이의 샘플을 소개했다. 실제로 보니 삼성전자가 올해 3월 출시한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에 탑재된 LCD 터치 스크린과 크기가 같았다.
TCL은 동그란 모양의 다이얼과 버튼으로 조작하는 세탁기를 판매 중이다. 그러나 차세대 프리미엄 세탁기에는 이를 모두 없애고 풀터치 스크린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사용해본 터치 스크린은 초기작인 만큼 기능이 단순했다. 의류 소재(면·울·진)나 종류(셔츠·민감성 의류)에 따라 각각 예상 세탁시간을 보여주는 것 외에 추가 기능은 없었다. 재생 버튼을 터치하자 물이 차오르는 이미지가 연출되면서 세탁이 시작됐음을 보여줬다. 다만 터치 인식이 한 번에 되지 않고 두세 번 눌러야 할 만큼 터치 민감도가 떨어졌다.
TCL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는 자회사 CSOT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CSOT는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LCD 공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TCL은 이번 IFA 2024에서 CSOT 브랜드를 함께 노출하며 자회사 기술력 알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이센스는 TCL보다 한층 진화한 풀터치 터치 스크린 방식의 제품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프리미엄 라인으로 분류되는 ‘시리즈9’의 세탁기와 건조기는 물론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올인원 세탁건조기까지 선보였다.
하이센스의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와 외관부터 비슷했다. 상단에 위치한 풀터치 스크린의 기능도 삼성과 유사했다. 세탁·건조 기능 실행은 물론 집 안의 다른 가전들을 손쉽게 제어하고 전기와 물 사용량까지 한 눈에 체크할 수 있다는 점이 닮았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가 무광 메탈 소재를 택한 반면 하이센스 제품은 유광인 점이 그나마 달랐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세로로 쌓은 하이센스의 타워형 제품의 경우 별도의 터치 스크린을 찾을 수 없었다. 상단에 있는 건조기 도어 자체에 터치 스크린이 내장돼 있었다. 중간에는 여닫을 수 있는 서랍이 있었는데 열어보자 세제와 표백제, 섬유유연제를 넣는 통과 함께 ‘울트라소닉 케어’란 이름의 생소한 공간이 있었다.
하이센스 관계자는 해당 공간에서 셔츠 옷깃의 얼룩이나 커프스 같은 장신구, 안경 등만 따로 고속 세척할 수 있다며 편의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풀터치 스크린을 장착한 프리미엄 세탁건조기들은 미국과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며 내년 출시를 예고했다.
하이센스는 두 팔에 얼굴과 몸통이 있는 미니 AI 로봇 ‘할리(harley)’도 공개했다. 전시관 중앙에 설치한 무대에서 로봇 4대가 일렬로 춤을 추는 ‘로봇쇼’를 하루 네 차례 펼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할리의 외관은 LG전자가 올 1월 미국 CES 2024에 이어 이번 IFA 2024에서도 ‘AI 집사’로 소개한 ‘Q9(코드명)’을 연상케 했다. 특히 얼굴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눈으로 다양한 감정표현을 드러내는 점이 상당히 유사했다. 내장된 카메라로 눈 앞의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고, 사람과 대화하는 기능을 갖췄다는 점도 같았다.
할리를 직접 본 이향은 LG전자 H&A 사업본부 CX담당 상무는 “이번 IFA 2024에서 많은 기업들이 보이스 인터랙션(음성을 통한 상호작용)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띄었다”면서도 “할리는 챗GPT4를 적용했지만 LG전자의 Q9은 그보다 높은 수준의 챗GPT4-옴니를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Q9과 할리는 자율주행 기술 기반으로 집 안을 돌아다니며 집사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점도 같았다. 다만 Q9은 두 다리로 비교적 움직임이 빠르고 자유로운 반면 다리가 없는 할리는 움직임이 다소 둔하고 활동 폭도 좁아보였다.
LG전자는 Q9이 향후 집 안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연결하는 이동형 AI홈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하이센스의 할리는 아직 허브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이센스 관계자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도 할리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내년 대만과 홍콩에 우선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한국도 고려할 수 있는 대상 국가”라고 말했다.
TCL과 하이센스는 작년 IFA에 이어 올해도 집 안을 갤러리처럼 꾸밀 수 있는 인테리어 TV들을 대거 전시했다. TCL이 선보인 ‘A300 프로 넥스트프레임TV’의 경우 2022년 LG전자가 먼저 선보인 스탠드 형태의 ‘LG 올레드 오브제 컬렉션 포제’와 흡사했다. 하이센스의 ‘캔버스 TV’ 역시 삼성전자가 선보였던 ‘더 프레임’을 연상케 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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