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넘어선 ‘꿈꾸는 규호’…은행 퇴사하고 역도 선수로 패럴림픽 우뚝

파리|김현세 기자 2024. 9. 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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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무대에 처음 오르고 난 뒤 역도대표팀 간판 김규호(43·평택시청)의 휴대전화에는 아내 김은주 씨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김규호는 "정년까지도 다닐 수 있는 안정적 직장을 그만두려고 하자, 부모님과 아내뿐만 아니라 회사 동료와 친구들까지 반대했다"며 "그때 내게 '잘못된 선택'이라고 한 분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로선 결단을 내려야 했고,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세계로 나갈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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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호가 7일(한국시간)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역도 남자 80㎏급에 출전해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잘했다. 우리 김규호! 당신의 패기 너무 멋졌어!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무대에 처음 오르고 난 뒤 역도대표팀 간판 김규호(43·평택시청)의 휴대전화에는 아내 김은주 씨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한국시간으로 7일 새벽 벌어진 경기, 김 씨와 세 자녀는 김규호의 경기를 보느라 밤을 지새웠다. 김규호는 “시합 전에도 장문의 메시지를 받아 힘이 났는데,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 아들 김탄, 3학년 딸 김수아, 1학년 아들 김찬 모두 안 자고 응원한다고 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가장의 꿈을 응원하는 가족이 있기에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낼 수 있었다. 2022항저우아시안패러게임에서 201㎏을 든 그는 이번 대회 1차 시기부터 202㎏를 신청해 가볍게 들었다. 215㎏으로 동메달을 딴 라술 모흐신(이라크)을 제치기 위해 마지막 3차 시기에선 216㎏을 신청하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그는 “나를 넘어설 때 정상에 있는 이들과 붙을 수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다음 패럴림픽부터 금메달을 노리는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은행원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김규호. 사진출처|우리은행 페이스북
김규호는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4세 때인 1985년 버스 교통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었지만,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동안 운동도 병행하며 꿈을 좇았다. 2012년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우리은행에 입행한 그는 금융사기와 관련된 업무 전반을 수행하는 수인업무센터 금융정보팀 등에서 일했다. 그런데 은행을 다니며 역도를 병행하는 데 한계가 계속 찾아오자, 2020도쿄패럴림픽 직후인 2021년 10월 퇴사를 결심했다.

김규호는 “정년까지도 다닐 수 있는 안정적 직장을 그만두려고 하자, 부모님과 아내뿐만 아니라 회사 동료와 친구들까지 반대했다”며 “그때 내게 ‘잘못된 선택’이라고 한 분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로선 결단을 내려야 했고,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세계로 나갈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를 그만두면서 금전적 어려움도 분명 있었다. 갚아야 할 것도 있었으니 정말 힘들었다”고 돌아본 뒤 “그래도 지금은 실업팀 평택시청 소속이 돼 잘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호가 아내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파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이번 대회는 시작일 뿐이다. 장내 아나운서가 그를 별명 ‘꿈꾸는 규호(Dreaming Gyuho)로 소개했듯, 그는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TV 속 시상식 중계화면을 가리키더니 “저 위에, 저 사람들처럼, 저 자리에 올라갔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며 “내년 시작될 첫 대회에서 나를 한 단계 넘어서야 한다. 그때까지 220㎏를 들 수 있게 실력을 갈고닦은 뒤 2026나고야·아이치아시안패러게임에선 메달을 한 번 따보겠다”고 다짐했다.

파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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