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도 ‘전 정부 탓’…청와대 강제개방 압박 잊었나
‘정권 보위 기관’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 감사원이 2년을 끌어온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 결과를 이번 주 공개한다. 참여연대는 2022년 10월 대통령실 이전 과정의 직권남용 등 특혜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7차례나 감사를 연장하다가 추석 연휴 직전에야 감사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6일 “감사원이 대통령실에 대해 1년8개월간 고강도 감사를 벌였다”는 평가와 함께 “대통령실이 이전 공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여러 규정을 무시했다”는 일부 감사 내용을 단독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국민감사 청구 내용에 견줘 턱없이 낮은 수준의 ‘주의 촉구’ 감사 결과였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전한 보도가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6일 대변인실 명의로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건축 공사는 대부분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에 지난 정부의 행정안전부·경호처 등 관계 기관에서 계약을 체결해 진행 △사업의 시급성, 예산 및 행정 조치 지체 등의 이유로 일부 절차상의 미비점이 감사원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등의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전 정부 탓’이 이번에는 맞는지 따져봤다.
‘청와대 안 비우면 강제로 문 열겠다’
“5월10일 0시부로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
2022년 3월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은 문재인 청와대를 향해 임기 시작과 동시에 청와대 문을 개방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건 직후였다.
대통령 집무실과 군 지휘부 연쇄 이동이 발표되기 전 북한은 11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등 대공방어체계 조정 문제”와 함께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초치기 연쇄 이동’은 안보 불안을 야기한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앞서 윤 당선자 쪽은 당선 11일 만인 3월20일 집무실·관저 이전 계획을 세웠다. 왜 이렇게 시간에 쫓겨야 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윤 당선자 쪽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청와대에는 하루도 머물지 않겠다’고 했다(이후 용산 집무실과 관저 물색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왔고, 풍수가가 관저 후보지에 드나든 사실이 드러났다).
윤 당선자 쪽은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을 막겠다면, 임기 시작과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 권한으로 청와대 문을 열어버리겠다고 압박했다. 김은혜(현 국민의힘 의원) 당선자 대변인은 “5월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 국방위원회 의원들도 “대통령이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야말로 대한민국 안보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결국 문재인 청와대가 한발 물러섰고, 윤 당선자 쪽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및 관저 이전을 강행했다. 어찌나 시간에 쫓겼던지 윤 대통령 임기 첫날인 2022년 5월10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집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했지만, 공사 및 이전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였다. 한남동 관저로의 이사 역시 뚜렷한 이유 없이 대통령 취임 반년 뒤인 11월에야 가능했다. 대통령실은 불법이 발생하게 된 이유로 “사업의 시급성”을 들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은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 수의계약 등 각종 특혜·불법 의혹 속에 진행됐다. 당시 대통령실 이전은 윤 대통령 충암고 1년 선배로 경호처장 내정이 유력했던 김용현 현 국방부 장관이 주도했다. 지난 2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용현 장관은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불거진 법규정 위반을 추궁하자 “청와대 이전 비용 496억원을 누가 승인했나? 문재인 정부가 승인 안 해줬으면 이사 안 했을 것 아닌가. 승인해 놓고”라고 답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감사원의 일부 감사 결과에 내놓은 첫 반응 역시 ‘5월10일 0시 이전, 즉 전 정부 때 발생한 일’이었다. 집무실 및 관저 공사는 행정안전부가 발주처다. 공사·이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공무원들이 많다. 관가에서는 “집무실과 관저 이전은 윤석열 당선자 쪽에서 주도하고 밀어붙인 것을 세상이 다 아는데, 이 사안까지 전 정부 탓을 할 줄은 몰랐다”는 말이 나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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