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아너’ 작가 “시청률 상승세 행복…상상 초월 연기에 반성했죠”[EN:인터뷰]

황혜진 2024. 9. 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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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니TV ‘유어 아너’ 제공
사진=지니TV ‘유어 아너’ 제공

[뉴스엔 황혜진 기자]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 김재환 작가가 집필 비화를 공개했다.

8월 12일 첫 방송된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아버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흥미로운 부성 본능 대치극이 숱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1.7%(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한 '유어 아너'는 회마다 시청률 상승을 거듭한 끝에 9월 3일 방송된 8회로 4.7%를 찍었다. 10일 방송되는 1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9월 5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환 작가는 시청률 상승세에 대해 "긴 시간 동안 많은 준비를 해서 만든 대본이 드라마화된 것이라서 가급적이면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세상에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 보여주고 싶었던 감정들을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너무 잘 충족시켜주고 있어 너무 행복한 시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유어 아너'는 지니TV, ENA 채널을 통해 동시 방영되고 있다. 여타 OTT 플랫폼을 통해서는 시청이 어려운 탓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좋은 작품을 한결 손쉽게 볼 수 없어 아쉽다는 애정 어린 반응이다. 그럼에도 '유어 아너'는 매회 시청률 상승을 거듭하며 좋은 드라마의 힘을 증명했다.

김재환 작가는 "댓글을 보면 OTT에 대한 요청이 많은데 사실 대본 작업을 한 후 여러 플랫폼에 제안이 들어갔다. 그중 작품을 잘 만들고자 손을 뻗어준 작품은 지니TV였다.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끔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 줬고 가장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서포트가 됐다. 전 지니TV에 감사를 하고 있다. 지니TV가 행하는 방송 전략을 100%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작품이 통한다'는 잘 모르겠다. 통하는 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제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고, 결과가 저한테 판단을 내려준다고 생각한다. 통하는 좋은 작품이 돼서 참 다행이다, 기분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명민은 "이 작품이 제작 기간이 좀 길긴 했다.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1년 이상이었기에 촬영이 늦춰지며 이게 과연 촬영이 될까, 진행이 될까 했고 이렇게 방송까지 선보이게 돼 감회가 굉장히 새롭다. 그동안 여러 제작사 분들, 감독님, 배우 분들이 기다리던 기간이 플래시백으로 지나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재환 작가는 "제가 느낀 감정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촬영에 들어갈 때 너무 기뻤다. 드디어 아주 긴 시간 동안 작업한 대본을 세상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는 기쁨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환 작가는 "두 번째로는 '소년시대'가 준 후폭풍, 되게 행복한 후폭풍에 빠져 있어 이것도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관계자들이 고통을 인내하고 있었는지를 알았기 때문에 사실 그들한테 고마웠다"고 밝혔다.

'유어 아너' 흥행의 중심에는 다른 색깔의 부성애를 연기하며 극을 긴장감 있게 끌고 간 두 배우, 손현주와 김명민이 있다.

주연으로 나선 손현주는 올곧은 신념과 따스한 성품을 겸비한 판사 송판호를 연기했다. 송판호는 오점 없는 성공적 인생을 살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범죄자가 된 아들 송호영(김도훈 분)을 지키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는 인물이다. 이에 맞선 김명민은 차가운 심장의 소유자이자 잔인한 우원시 조직 보스 김강헌으로 분했다. 특히 교도소 신을 위해 6kg 증량을 감행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김재환 작가는 "두 분 다 너무 훌륭한 분이었다. 보이지 않던 향기가 배우 분들을 통해 향기가 된 건 경이로운 일이었다. 김명민 교도소 신 6kg 증량은 제가 요청한 부분은 아니다. 배우님이 만든 것"이라며 "김명민 배우님은 대본 집필 과정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같이 고민을 해 줬다. 제가 부유하게 살아 본 적이 많이 없어서 부유한, 돈을 가진 사람들의 삶을 잘 모른다. 어찌 보면 형식화, 고정화해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고민을 해서 해답을 찾은 것도 많다. 직접 만나서 하루종일 고민한 적도 있고, 점심식사를 하다가도 전화를 해 주시고 같이 고민을 해 주셨다. 아마 김강헌으로 표현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모습을 만들어주시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아들 역할로 활약한 배우 허남준과 김도훈에 대한 호평도 아끼지 않았다. 김재환 작가는 "1화, 2화에서 허남준 배우가 나왔을 때 '저 캐릭터가 이런 느낌을 준다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크게 놀랐다. 그다음에 온 생각은 '미안하다'였다. 교도소에 잡힌 이후로 저렇게 좋은 배우를 위해 잡힌 분량이 적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표정이나 아주 디테일한 액션들이 제가 머릿속으로 그려냈던 김상혁을 뛰어넘었다. 제가 그린 김상혁은 2D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었다. 픽사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 감동을 받았다"고 호평했다.

이어 "김도훈 배우는 사람 자체가 되게 명민한 느낌을 주더라. 배우와 한 6시간 동안 앉아서 논의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던진 이야기들을 스스로 해석해 만들어 온 느낌이었다. 다른 배우들 모두 너무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누군가는 노력에 의한 연기였고, 누군가는 감각에 의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도훈 배우는 감각이 되게 좋다. 강아지로 치면 영국 왕실에서 키우던 보더콜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조미연 역의 백주희는 대본을 쓴 이를 반성하게 한 배우였다. 김재환 작가는 "백주희 배우의 모습을 보며 대본 리딩을 할 때 저건 내가 구사했던,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약간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제가 거기서 일언반구를 할 자격은 없었고 우선 배우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드라마가 나와서 보다 보니까 저게 맞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김재환 작가는 "그다음에 든 반성은 '이미 내가 섣불리 결정을 했었구나'였다. 제가 캐릭터를 쓰면서 이미 규정을 해 놨구나 싶었다. 제 글 작업의 원칙은 어떤 것도 규정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몹시 반성하고 부끄러웠다. 예상하지 못한 연기를 보여준 백주희 배우에게 감사하고 있다. 다른 배우 분들도 마찬가지였다. 백주희 배우가 가장 상징적으로 그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작가로서 일언반구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전 골방에서 글을 쓰지만 배우 분들은 현장에서 부딪히며 훨씬 더 다각도의 시각을 갖고 있다. 캐스팅이 확정되는 순간 그 배우들은 그 인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갖고 있는 비좁은 소견보다 그들이 갖고 있는 감각이 훨씬 옳다고 본다. 혹시 조언을 구하면 해드릴 수 있는데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능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소년시대' 때도 그랬다"고 밝혔다.

이어 "간섭하면 사랑이 망가진다. 절대 훼손해선 안 된다. 몹시 힘든 시기가 길게 있었는데 그때 제가 그 고난들을 이겨내기 위해 선택한 것이 선함이었다. 선한 판단과 선한 감정, 선한 행동을 한다는 게 사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저의 이기적인 마음, 질투, 거만함, 경쟁심을 버리고 하는 게 힘든 일인데 그게 가장 고난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긴 시간 동안 학습이 되고 습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착한 사람은 절대 망가지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주변에서 도와주더라"고 덧붙였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회차로는 10회를 꼽았다. 김재환 작가는 "10화에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 이기심이 만들어낸 가장 절망적인 상황이 담겼다. 그 안에서 이기심들이 깨달음을 얻고, 반성하고 괴로워하는 감정들도 있다. 거창하게 말씀드리자면 지금의 우리의 모습들 중 필요한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두 너무 관념에 갇혀 더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는 세태이다 보니 '유어 아너'가 정말 많은 사람들의 깊은 고민과 고생, 노력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100% 완벽하진 않았지만 사랑하기에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김재환 작가는 "집필을 끝냈을 때, 10화 엔딩에 다다랐을 때 작가로서 행복감을 느꼈다. 충분히 사랑을 했기 때문에 이젠 떠나도 후회가 없는 그런 감정"이라고 말했다.

김재환 작가는 "물론 세상에 완벽한 대본은 없다. 부족한 점은 분명히 있고, 만드는 과정에서도 오류가 일어나긴 했지만 제가 천재가 아니다 보니 단점들이 몇 군데 있긴 하다. 그래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을 만큼 그 대본을 사랑했던 것 같다. 부족한 모습도 사랑스럽다. 충분히 내가 할 만큼 최선을 다한 사랑은 떠날 때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재환 작가는 "종영 후 이틀 정도 나에게 위한 힐링의 시간을 주시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1화부터 10화까지 통으로 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이 드라마를 만든 현역 종사자들,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결국 만들어 낸, 빚어낸 감정을 10화 엔딩 지점에 느끼셨으면 좋겠다. '유어 아너'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재환 작가는 "비극 같지만 그 안에 있는 희망과 단서를 느끼시면 좋지 않을까. 겉으로 보면 비극인데 두 번 세 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우리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구나'라는 희망이 보인다. 그렇게 쓰기 위해서 제작진 분들과 수많은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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