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너지 인프라 핵심 기술 만든다"…산·학 집결 강원도 첨단 연구

강릉=박정연 기자 2024. 9.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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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수소에너지연구단
6일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열린 '스마트수소에너지 기술개발교류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강릉=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청정 지역’ 강원도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 받는 수소 에너지의 연구개발(R&D) 산실로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하는 지역혁신사업(RIS)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스마트수소에너지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다. 이 지역의 대학과 기업이 연계해 도출한 성과는 인재들의 유입‧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지자체와 지역 산업계, 학계가 힘을 합쳐 기술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 사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6일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린 ‘스마트수소에너지 기술개발교류회’에선 스마트수소에너지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연구과제들의 성과들이 소개됐다. 연영주 스마트수소에너지사업단 단장은 “이번에 열린 기술교류회는 그간 각각의 그룹에서 진행된 연구 성과들을 서로 직접 소개하는 자리로, 각 연구의 성과를 더욱 자세히 이해하고 협력의 단초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소차 충전소 소면적화부터 강원 지역 에너지 생산 특성까지

스마트수소에너지 사업단은 기존 강원도에 구축된 풍부한 수소 관련 인프라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주영 강원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수소액화저장과 안전인프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강원대가 주관하고 지역 기업인 아이세이퍼가 참여하는 이 연구 사업은 극한 압력이나 온도 환경에서도 수소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동해와 삼척 등 영동 지역에 조성된 고압수소 저장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한다. 강원대는 저전력 수소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장비간의 연동 테스트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아이세이퍼는 수소 가스 센서 플랫폼을 제어하는 프로토콜을 만든다.

김 교수는 "규제자유특구 사업자로 지정된 도내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액화 수소 저장과 안전 관련 기술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수소 에너지 활용에 필수적인 액화수소 및 그린수소 저장 인프라를 구축하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최원열 강릉원주대 교수 연구팀은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정제하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부생수소(그레이수소)를 대체할 수 있는 블루수소와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소재와 공정을 연구 중이다. 최 교수는 "강원도 내 유관기관들을 중심으로 공동 연구를 통해 다양한 수소 생산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고 속했다. 이 연구에는 강원도 내 3개 대학이 참여했다.

강릉원주대는 결정구조가 제어된 수전해용 나노 섬유를 개발했다. 정제 시스템에 활용되는 수전해 효율을 크게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해수 수전해용 광촉매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강원대는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페로브스카이트형 촉매 기술을 개발한다. 연세대는 자원순환형 에너지화 시스템에 맞춤형 촉매를 만든다. 최 교수는 "그린 수소 생산용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도가 낮은 폐자원으로부터 생산된 합성가스의 고부가가치화 및 자원 순환형 에너지화 시스템 맞춤형 촉매를 개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수소전문기업인 제이아이엔지는 안전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은 수소 충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모듈형 수소 충전 시스템, 아이싱 방지 수소 충전 시스템, 액화수소기화 장치 등 수소 자동차 보급에 필수적인 특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당면한 과제는 에너지 충전소의 소형화다. 박인규 제아아이엔지 대표는 "현재 수소 에너지 충전소는 너무 넓은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충분한 부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밖에도 수소 에너지를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 장비의 내구도 확보도 회사의 주된 과제"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또 미래 세대 친환경 운송수단으로써 수소 자동차가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수소 산업체 인프라가 지금보다 확장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수소 분야의 경우 기술개발을 위해 필요한 정확한 요소들을 짚어내고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기술의 전망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체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신중호 강릉원주대 교수 연구팀은 수소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양극판 소재를 개발 중이다. 수소연료전지에 활용될 수 있으면서 경제성을 확보한 차세대 소재들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신 교수는 "최근 성과로는 귀금속 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물질로 세라믹에 주목한 것"이라며 "이론적으로는 소재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수십 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권기현 강원대 교수 연구팀은 강원지역의 기후 등 지리·생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소 에너지 자원의 특성을 이해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권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는 에너지가 생산되는 지역의 지리적 조건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며 "이러한 특성을 빅데이터로 구축하면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1차년도에는 기상조건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 예측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2차년도에는 에너지 데이터 분석·예측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가, 3차년도에는 잉여 전력 활용을 위한 태양광 발전 예측 모델에 대한 비교 분석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연구 성과가 실제 예측 시제품으로 고도화되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영주 스마트 수소에너지 사업단장은 "원래 5개년 사업으로 추진됐던 스마트수소에너지 사업은 3차년도로 우선 첫 마무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양한 연구 성과와 함께 지역 학생들의 인재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며 "이번에 연구단이 제시한 모델이 후속 사업 등을 통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릉=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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