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1년만에 하락세… 반도체 `고점논란` 활활

박순원 2024. 9. 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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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나노급 16Gb DDR5 D램.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업황 회복 영향으로 약 1년간 오르던 메모리 D램 가격이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서자, 국내·외 시장에서 '반도체 고점 논란'이 불 붙었다. 인공지능(AI) 발 호황보다 전반적인 수요 침체의 영향을 더 받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과, 일시적인 가격 조정일 뿐이라는 낙관론이 팽팽하다.

8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레거시(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지난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2.38% 내린 2.05달러로 집계됐다. D램 가격은 작년 10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다가 올해 5∼7월 3개월간 2.1달러로 보합세를 유지한 후 지난달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업체들이 2분기에 공격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재고 압박이 가중됐다"며 "전반적인 수요 침체와 맞물려 판매 실적이 부진해 PC D램 조달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8월 하순에 D램 공급사들이 낮은 계약 가격에 칩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작년 4분기 시작된 가격 상승세가 뒤집혔고, 월간 거래량도상당히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시장 선행 지표로 통하는 D램 현물 가격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범용 D램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971달러였다. 연고점인 지난 7월 24일의 2달러 대비 1.5% 내렸다.

더 용량이 큰 'DDR4 16GB 2666' 제품 가격 역시 7월 23일의 연중 최고가 3.875달러에서 지난 6일 3.814달러로 1.6% 하락했다.

D램 현물 가격은 기업 간 계약에 따른 '고정거래가'와 달리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통상 3개월 안팎의 시차를 두고 고정 가격과 비슷한 흐름을 보여 대표적인 시장 선행지표로 꼽힌다. D램 현물 가격이 하락하면 D램 고정거래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다. 현재까진 D램 현물가격이 계약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앞으로 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여파로 D램 가격은 2022년 2월 이후 1년 반 정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공급 업체의 감산 효과와 재고 소진 등이 맞물려 업황이 되살아나면서 가격은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했다.

이후 다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D램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자 'AI 거품론'과 함께 '다운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대한 '거품론'이 나오면서 주가 100달러 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이 같은 주장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0일 내놓은 '고점을 준비하다'라는 제목의 반도체 산업 보고서에서 '다운사이클 진입' 논란에 불을 붙였다. 모건스탠리는 "AI를 둘러싼 흥분 속에서 반도체와 테크 하드웨어의 경기 순환적(시클리컬) 특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 8월 발간한 '반도체 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로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반면 아직 업사이클(호황기) 추세가 유효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요처의 부품 재고 비축이 일단락되며 단기 가격 정체기가 온 것으로 판단한다"며 "세트 수요의 급격한 부진이 동반되지 않는 한 정체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수적 설비투자 기조 지속으로 공급량 증대도 제한적"이라며 "가격 추세는 반락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톤 다운'이며, 올해 4분기에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산업이 다운사이클로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일부 레거시 제품에서 확인되는 소폭 가격 하락은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빅테크들의 AI 투자 의지는 확고하고, 업계 생산능력(캐파)과 공정 전환 속도를 고려할 때 내년에 D램 공급이 많이 증가할 개연성은 부족하다"며 "수요와 공급 단에서 중대한 변동이 없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급격한 가격 하락이 확인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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