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를 체험하라”…돌비애트모스, K콘텐츠와 화음 쌓기

이정국 기자 2024. 9. 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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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래버러토리스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부사장 인터뷰
아심 마투르 돌비래버러토리스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부사장. 돌비코리아 제공

“소리가 몸을 휘감는 것 같다.”

돌비애트모스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드는 생각이다. 돌비애트모스는 현재로선 가장 진화한 사운드 시스템이다. 과거 홈시어터에서 사용된 5.1채널, 7.1채널 등 채널별로 나뉜 시스템은 스피커와 스피커 사이의 소리가 단절되는 단점이 있었다. 돌비애트모스는 가상의 스피커를 사실상 무한대로 이어 놓은 알고리즘이다. 이 때문에 스피커와 스피커 사이의 소리가 선처럼 이어진다. 입체감과 몰입감이 압도적인 이유다.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돌비애트모스는 이제 대중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다. 대표적인 것이 음원이다. 돌비래버러토리스 자료를 보면, 지난해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한 뮤지션의 92%가 돌비애트모스 음원을 발매했다. 현재 전세계 40개국 1천여곳 스튜디오에서 돌비애트모스 음원을 생산한다. 한국에서도 하이브 등 대형 기획사를 포함해 총 22곳의 스튜디오에서 돌비애트모스 음원을 제작한다. 돌비는 왜 음원 사업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한국을 찾은 아심 마투르 돌비래버러토리스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부사장을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와!”

인터뷰에 앞선 음원 시연에서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서브우퍼를 포함해 기자를 둘러싼 총 12개의 스피커에서 나온 노래는 올해 국내 최대 히트곡인 그룹 에스파의 ‘슈퍼노바’. 묵직한 전자음의 도입부가 매력적인 이 곡의 돌비애트모스 음원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달랐다. 소리 위에 사람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단순 감상이 아닌 체험의 수준이랄까. 마투르 부사장은 “기존 스테레오나 5.1채널은 스피커 중심이지만 돌비애트모스는 사운드 자체가 중심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사운드 전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케이(K)콘텐츠와의 긴밀한 협업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삼성, 엘지(LG), 현대 등 다양한 디바이스 제조사와도 접촉 중이다. 그는 “두 딸은 한국어를 못 하지만, 세븐틴·블랙핑크 등 케이팝 팬이다. 딸을 통해 케이팝에 대해 많이 배운다”며 “케이콘텐츠는 글로벌 파워가 있다. 케이팝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게임 등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 됐다”고 밝혔다.

아심 마투르 돌비 래버러토리스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부사장. 돌비코리아 제공

우선 힘을 쏟는 건 돌비애트모스 음원 생산 인프라 구축이다. 현재 22곳 스튜디오에서 제작 환경을 갖춰놓았다. 돌비 쪽은 교육, 시설 투자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돌비애트모스 음원은 기존 음원을 소프트웨어로 믹싱해 만들기 때문에 엔지니어의 맨파워가 중요하다. 돌비가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마투르 부사장은 “엔지니어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티스트 스스로 믹싱 작업을 하면 훨씬 더 몰입도가 올라갈 것”이라며 교육 대상을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극장에서 음원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이어, 앞으로 진출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미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돌비애트모스를 지원 중이다. 마투르 부사장은 “최근 파리올림픽 중계방송에서도 돌비애트모스를 지원했다. 인도 크리켓 경기, 영국 윔블던 테니스 대회도 이미 돌비애트모스를 지원 중이다. 관중의 몰입도가 중요한 스포츠 영역은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게임,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에도 점차 적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돌비 쪽은 현대차 제네시스와 협업해 주요 모델에 돌비애트모스를 탑재했다.

관건은 비용이다. 스튜디오처럼 집 거실에 스피커 12개를 설치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마투르 부사장은 “돌비애트모스를 대중화하는 것도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돌비애트모스를 체험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30억개가 넘는다. 꼭 고가 제품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가격대에 맞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가성비 높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디바이스 제조사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저렴한 사운드바 형태의 제품도 많이 나왔고, 여러 무선 이어폰들이 돌비애트모스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꼭 고가의 장비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그는 “생산자가 의도한 것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돌비의 설립 목표”라며 “향후 오디오·비디오 분야에서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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