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도 빅데이터·AI·슈퍼컴퓨팅 '바람'…디지털 육종 박차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농업에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슈퍼컴퓨팅을 활용하는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다.
농업 연구와 현장에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디지털 농업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농촌진흥청은 빅데이터, AI 등 최첨단 기술을 이미 디지털 육종에 활용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스마트농업 확산, 디지털 육종모델 개발, 푸드테크 산업화 지원에 1천38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난 5일 농진청이 공개한 표현체 연구동과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는 디지털 육종의 핵심 시설로 국내 농업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 자리하고 있다.
디지털 육종은 농작물의 유전체 정보, 표현체 정보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 AI 기술을 활용해 육종 기간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글로벌 기업인 바이엘사는 디지털 육종을 도입해 과실이 크면서도 병에는 강한 토마토 육종에 성공했다. 전통 육종에 비해 기간은 17%,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은 66% 줄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젠타, 바이엘 등 글로벌 기업은 옥수수 등 소규모 작물에 디지털 육종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자원 빅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
농진청은 국내 디지털 육종 기술을 주도하면서 벼, 콩 등 주요 작물의 유전체 정보, 표현체 정보 등 빅데이터를 생산하고, 딥러닝을 통해 표현형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단계까지 끌어 올렸다.
표현체 연구동과 슈퍼컴퓨팅센터는 디지털 육종 발전에 있어 핵심적인 연구인프라다.
농진청은 작물 특성을 빠르고, 대량으로 분석하기 위해 지난 2017년 표현체 연구동을 설립했다. 연구동은 스마트 온실에 가시광, 근적외선, 형광등의 센서를 로보틱 자동화 장비로 구성해 최대 1천12개 개체를 한 번에 촬영·분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대 규모의 연구 시설이다.
기자가 방문한 연구동에서는 1천12개 개체의 콩과 벼가 이틀 간격으로 촬영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와 이미지 챔버(촬영 장비)로 이뤄진 시스템은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있다.
김경환 국립농원과학원 유전자공학과장은 "육종가들이 직접 촬영을 한다면 촬영 및 분석 기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표현체 연구동의 시스템을 통해 획기적으로 연구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표현체 인프라를 활용해 밀양23호와 기호벼의 교배조합에서 2∼4주 된 어린 식물의 키와 관련된 유전자 위치를 찾아 수확량과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기술인용색인(SCI)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개재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디지털 육종을 위해서는 대량으로 분석된 유전체 데이터와 표현체 데이터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진청은 연구동을 통해 콩 핵심집단 430종의 종자 이미지를 2021∼2022년 확보했으며, 이외 식량과학원에서 육성한 벼 육성집단 100종, 콩 핵심집단 100종의 전 생육 기간 생육 시기별 이미지를 수집하는 등 11개 작물의 이미지 340만장(94 테라바이트·TB)을 확보했다.
표현체 연구동은 2022년 정부로부터 국가참조표준데이터 센터로 지정돼 2023년 데이터 시범 생산을 거쳐 올해부터 벼를 대상으로 데이터 생산을 본격화했다.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 역시 디지털 육종을 비롯해 농업 기상 데이터 분석, 병충해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농진청은 총사업비 148억원을 들여 총면적 2천57㎡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를 지난해 9월 준공했다.
지하 1층은 냉각시설, 지상 1층은 전산실, 2층은 슈퍼컴퓨터 2호기(세계 381위 성능)가 설치돼 있다.
농진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농업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주요 작물의 유전형을 분석해 민간에서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센터 2층에서는 슈퍼컴퓨터 2호기를 활용해 경제적으로 중요한 작물이면서 종자 기업 등에서 분석수요가 높은 고추, 콩, 벼 등을 대상으로 유전형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하는 과정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 PC 3천대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2호기를 이용하면 140만개의 분자구조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일반 종자 기업에서 4개월 이상 걸릴 데이터 분석을 3일로 줄일 수 있는 수준이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전통 육종 과정에서 필수적인 수천 개의 개체를 육종가가 직접 재배·확인하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권수진 국립농원과학원 유전체과장은 "디지털 육종의 핵심은 데이터이고, 또 다른 핵심은 이를 분석하는 컴퓨터"라며 "표현체 연구동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슈퍼 컴퓨팅센터에서 이 데이터를 분석해 민간 영역의 연구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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