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 AI 기술, 소비자 기대 30% 수준…더 똑똑한 제품 만들 것"

베를린(독일)=유선일 기자 2024. 9.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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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사진=삼성전자

"AI(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소비자 기대치가 100%라고 하면 삼성전자 제품은 30%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7일(현지시간) IFA 2024가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부회장은 "우선 보안을 더 강화해야 하고 자연어 인식도 강화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AI 기술이) 소비자 기대치의 60~70%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R&D(연구개발) 중심으로 좀 더 똑똑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AI 기반 가전으로 소비자 사용경험을 바꿔주고, 소비자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제품을 바꿔 나가고 있다"며 "또한 삼성전자 고객이 제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특히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QR코드를 기반으로 개인별 접근 기기와 시간을 정해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우리 집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기기를 허락 없이 자신의 계정에 등록하려고 하면 즉시 차단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목소리로 사용자를 인식하는 보이스(Voice) ID로 개인 일정을 확인하고 모바일 기기와 가전의 접근성 설정을 동기화하는 등 개인 맞춤까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현재 검토 중인 새로운 사업에 대해선 "에너지와 의료 부문에 관심을 갖고 미팅을 하고 있다. (특정 부문이 아니라) 전방위로 보고 있다"며 "생활가전 디바이스가 100~200년 된 기술이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변화가 있듯 생활가전도 변화를 주기 위해 신기술을 찾고 연구해 제품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생활가전은 틀을 바꿀 것이다. 그동안 생활가전에만 '스마트'가 못 들어갔다"며 "이번에 (삼성전자 생활가전에) 스크린을 다 장착한 것은 스마트 기기로 바꿔 나간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 내놓을 새로운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냉장고도 틀을 좀 바꿀 것이고 세탁기·청소기·에어컨 등에서 진화하는 제품을 내놓고 라인업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사진=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스팀' 등 로봇청소기 사업에 대해선 "로봇청소기에 '어느 위치에 가서 화면을 보여달라'고 하면 이를 수행하는 등 지능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더 발전시켜서 내년에 신제품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타이밍을 놓쳐 후발주자가 됐지만 계속 신제품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라며 "이제 세계 시장에 우리 제품이 깔려있고 좋은 소식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맨 처음(출시)이었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90% 이상이었지만 시장에서 도미넌트(지배적으로)하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AI 기능을 갖췄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적정선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내년 나오는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중국 업체와 경쟁에서)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향후 M&A(인수합병) 계획에 대해선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M&A를 보고 있고, 미래 산업을 들여다보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며 "빅딜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쉽게 의사결정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 인수를 초기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DX부문에 어떤 주문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같다. 차별화된 제품 필요성을 얘기하고, 소비자가 알아주는 제품, 인정받는 제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와 경쟁에 대해선 "삼성이 성장한 배경에는 기술이 있다"며 "기술 개발을 가속화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넷제로 논의가 이뤄지고 냉매 관련 규정이 바뀌고 있어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면 우리가 좀 더 앞서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술이 성숙되면 가격 때문에 (중국 업체 등에) 따라잡히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계속 출시하면 삼성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IFA 2024에서 눈에 띄는 신제품을 내놓지 않아 소비자 기대와 엇갈린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10년 전만 해도 '세계 최초·최고'를 많이 얘기했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며 "이번 IFA에서는 거래선에 설명하는 시간을 더 많이 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신제품 발표는 론칭 행사 때 기대해달라"며 "전시회에서는 (소비자) 경험 중심으로 할 예정이라 '세계 최초로 무엇이 나왔다' 이런 것은 잘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한 부회장은 "AI 디바이스를 지속 발굴하고 AI를 통한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며 "일하는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 고객서비스에도 AI를 적극 도입해 업무 생산성과 속도를 끌어 올려 글로벌 AI 선도회사로서 주도권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가전 구독 사업 진출 계획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굉장히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조만간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다"고 했다.

베를린(독일)=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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