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완전 ‘개판’이라며?”...저출산 이어 한국 ‘펫 열풍’ 조명하는 일본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4. 9. 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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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톺아보기-142]
2021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K-펫페어에서 견주들이 반려견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펫푸드 판매량, 분유 판매량 2배 훌쩍 넘어서”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 자료에 따르면 반려견 사료 판매량은 지난 2021년 분유·이유식을 추월한 이래 매년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분유와 이유식 두 품목의 판매량 합계 대비 반려견 사료 판매량 비중은 2020년 48%에서 2021년 61%, 올해 5월까지 69%로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개모차 판매량이 유모차 판매량을 앞질렀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를 뒷받침 하듯 국내 반려견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반려견 등록 수는 2019년에서 2022년사이 3년새 약 47% 급증했습니다. 한편,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30만 2000명에서 24만 9000명으로 2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한국의 저출산과 반려견 양육과의 연관성을 실증하는 자료는 현재 없습니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반려견 숫자와 출생아 숫자의 ‘역전 현상’에 자녀 대신 반려견을 키우는 흐름이 반영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려견들이 가정에서 자녀의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다는 겁니다.

예컨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당시 경사노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대구에서 열린 ‘청년 경청 콘서트’에서 “젊은이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고, 개만 안고 다니고, 결혼 안하고 애도 안낳아서 걱정된다”는 논란성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환노위 소속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저출생의 근본원인에 대한 언급은 없고 청년들만 탓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호황 韓 반려견 산업...애견 수영장·헬스장·유치원 등 속속 등장
현상의 원인에 대한 갑론을박과 별개로, 최근 한국에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어느때보다 호황인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전용 숙박시설, 레스토랑, 카페가 늘고 있고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유치원 등 새로운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반려견 전용 오마카세 코스, 전용 의류와 악세서리에 구찌 등 명품 브랜드 상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재작년 62억 달러 규모에서 2032년 152억 달러 규모로 2.5배 가량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강남에 있는 150평 규모 반려견 전용 수영장의 경우 1회 2시간 이용에 7만~8만원, 주 1회 강습료 월 45만원 수준으로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인기가 많아 대기가 줄을 선다고 합니다. 전용 호텔에는 전문인력이 상주하고 24시간 응급 진료가 가능한 의료 센터도 설치돼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캡처]
반려견 헬스장에서는 전문코치의 1대1 PT, 아쿠아 테라피 등이 제공되는데 10회 이용 100만원 수준 이라고 합니다. 사람 PT가 10회 50만원 정도가 평균 시세인 걸 감안하면 꽤나 고가인 셈입니다.

반려견 유치원에서는 스쿨버스가 아침에 반려견을 픽업했다가 저녁에 데려다 줍니다. 일반적으로 비용은 주 3회 당 1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을 보내는 일반 사립 유치원의 4배쯤 되는 가격이지만 “자녀도 없고 이 정도는 써도 될 만큼 버니 문제 없다”는 견주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들 견주들에겐 비용이 아닌 “얼마나 세심하게 반려견을 돌봐주고 사고 없이 안전하게 데려다주는지”가 관건 입니다.

日매체 한국 상황 집중조명...日 네티즌 “우리도 별로 다르지 않아”
챗GPT가 딩펫족을 형상화한 이미지.
최근 일본 매체 ‘재팬 비즈니스프레스’는 한국에서의 이 같은 현상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이 매체는 관련 산업 호황과 함께 언제부턴가 ‘펫코노미’(펫+이코노미), ‘펫팸족’(펫+패밀리), ‘딩펫족’(딩크+펫) 등 관련 신조어들도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세계 최저 출산율을 경신중인 나라에서 반려동물 관련 산업만 유난스레 번성하고 있다” 며 “일본도 출산율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단 점에서 이웃나라의 형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저출산이 워낙 심각하다고들 하다보니, 자녀 대신 반려동물만 키우려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딩펫족’은 “우리들의 삶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 이라며 “딱히 개를 ‘자녀에 대한 대체재’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그저 개가 좋아 키우기로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매년 명절연휴나 휴가철이면 반려동물 유기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추석 연휴에도 유기되는 개, 고양이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유튜브캡처]
반려동물 산업 호황 이면에 나타나고 있는 폐해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공장식으로 생산되고 팔려가는 반려동물의 숫자가 늘면서, 버려지는 경우도 늘어나는 등 “과열된 펫코노미의 부작용도 발견되고 있다” 는 겁니다.

이와 더불어 애견 전용 시설은 늘고 있지만 ‘노키즈 존’ 확대로 아이동반으로 갈 수 있는 시설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일본 네티즌들은 대부분 놀라움 대신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네티즌은 통계를 인용하며 “지난해 일본의 반려견과 반려묘 숫자는 약 1592만 마리로 15세 미만 아동숫자 1435만명 보다 훨씬 많았다” 며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추월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일본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각종 특이 용품이나 전문 병원, 보험 등 다양한 비즈니스 형태가 이미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극한 대립 국회 ‘개식용 금지법’ 초스피드 가결...내년 첫 예산은 550억원
지난 1월 한국동물보호연합, 1500만반려인연대 등 관계자들이 국회 앞에서 ‘개 식용 금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 환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처럼 저출산과 반려동물 산업 호황은 양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입니다.

다만 최근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 대부분에서는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 이색적 사안이 주목 받았습니다. 바로 개식용 금지법, 즉 ‘식용 목적 개 사육 및 도축, 유통 등을 종식하는 특별법’이 가결된 것입니다.

반려견 열풍 덕분인지 가뭄에 콩나는 일 보다 더 드문 여야 합의가 ‘개고기’에 대해서는 국민공청회 1번 없이 초스피드로 이뤄졌습니다. 유예기간이 끝나면 개를 조리한 음식의 유통과 판매는 금지되고 위반시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당장 내년부터 폐·전업하는 개식용업계에는 국가 예산 550억원이 지원됩니다.

지난해 닐슨 코리아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6%는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개고기 식용에 대한 “법적 금지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7%에 그쳤습니다. 여의도 연구원 조사에서는 “법제화 반대” 의견이 60%로 찬성(40%)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들 조사 뿐 아니라, 앞서 실시된 다른 많은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응답 경향은 공통적으로 발견됩니다. 이는 곧 한국인 절대다수가 향후 개고기 섭취 의향은 없으면서도, 식용 여부를 개인의 자율이 아닌 법으로까지 금지하는데에는 상당수가 거부감을 느낀다는 뜻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등에 그린 기념 페인팅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 공권력만 앞세우는 건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하는 일입니다. 특별법은 가결됐지만 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훨씬 시급한 안건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특별법안만 일사천리로 통과된 모습은 의아함을 자아내기 충분합니다.

개고기 식용 금지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중 하나 였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는 남다른 ‘개사랑’ 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워낙 금지를 강하게 주장해 특별 법안에는 ‘김건희법’이라는 명칭까지 붙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자신의 인생책으로 27년간 끼고 다녔다는 윤대통령도 여기에는 거부권을 쓰지 않았습니다. 아내 때문에 인생책 내용까지 까먹은 것인지 아니면 27년간 책을 끼고 다니기만 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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