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인듯 무료아닌 VOD"…지상파·케이블TV '짠내나는 갈등'
"비용여유 없어" vs "시청선택권 침해"
LG헬로비전과 HCN 등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케이블TV가 최근 지상파3사(KBS·MBC·SBS)의 SVOD(가입자 대상 무료 주문형비디오·Subscription VOD)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상파는 수익 감소와 가입자 피해를 우려하고 있고, 케이블TV 측은 지상파 SVOD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케이블TV는 SVOD를 자사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콘셉트로 선보였지만, 지상파로부터 구매한 콘텐츠이고 기본 이용료를 낸 가입자 한정으로 제공하는 것이라 실상은 무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지상파 VDO 중단…왜?
최근 지상파 대표 단체인 한국방송협회는 'LG헬로비전은 가입자 권리를 침해하는 SVOD 강제중단을 즉시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LG헬로비전을 비롯한 HCN 등의 SVOD 중단은 가입자의 시청선택권을 침해하고 추가적인 부담을 유도하는 편법적인 영리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방송협회는 또 "케이블 이용자는 기존에 이용하던 무료 SVOD를 이용하지 못하고, VOD를 보려면 유료 월정액 상품에 가입하거나 개별로 구매해야 하는 등 추가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며 "케이블사업자가 SVOD 서비스를 중단하려면 성실하게 고객고지의무를 다해야 하는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케이블TV업계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를 통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케이블TV방송협회 측은 "지상파 무료 VOD 서비스는 이용약관상 시청자 고지 대상도 아니지만 케이블은 지난 한 달간 시청자 고지, 자막 등을 활용해 관련 서비스 변경 전달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어 "지상파 무료 VOD가 시청자로부터 외면받는 사실은 이번 서비스 종료로 더욱 확실해졌다"면서 "시청자 고지를 한 달간 했고 서비스 종료 임박해서는 자막고지도 했지만 관련 문의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지상파가 이익 창출을 위해 해당 콘텐츠를 OTT와 같은 다른 플랫폼에 먼저 노출하고 3주 가량 지난 뒤 케이블TV에 제공하는 까닭에 상품가치가 떨어지나는 게 케이블TV업계의 주장이다.
케이블TV업계는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되지 않는 점도 강조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 측은 "더 큰 문제는 케이블이 효용성이 급락한 서비스를 위해 비용을 지불할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SO의 콘텐츠 지불료가 2022년 기준 수신료 대비 86.7%에 달할 만큼 감내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지상파·케이블TV 모두 "어렵다"
이번 지상파와 케이블TV의 갈등은 양측의 주력 사업들이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단순히 말해 콘텐츠를 파는 지상파는 더 팔아야 하고, 케이블TV는 콘텐츠 관련 비용을 덜 써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상파의 방송사업매출은 2022년 4조1552억원으로 전년대비 4.2% 증가했으나, '속빈강정'인 상태다. 같은 기간 지상파의 연평균 가구시청률 합계는 11%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4.4%로 전년도 4.53%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KBS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0.61%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TV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방송사업매출은 2022년 1조80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하는 등 외형이 쪼그라들고 있다. 전체 가입자수도 1.5% 줄어든 1268만명이다.
이처럼 각자 재무상황뿐 아니라 업황 자체가 점점 나빠지다보니 날선 대응이 오가는 양상이다.
한국방송협회는 "지상파는 케이블TV와 공급계약이 2021년에 종료됐음에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며 새로운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며 "지상파에 1년 이상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고 콘텐츠를 사용한 것도 모자라 사전 협의도 없이 SVOD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케이블TV방송협회 측은 "LG헬로비전뿐 아니라 7개사가 서비스 중단에 나선 것인데 LG헬로비전만 타겟팅 한 것은 비열한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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