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마음먹는 고3에게 병원 직원이 던진 돌멩이 “여긴 유해한 환경인데…” [씨네프레소]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4. 9. 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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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주노'(2008)의 고3 주인공 주노(엘리엇 페이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별 고민도 없이 낳기로 결정한다.

주노는 마음의 동요를 크게 안 느낀 채 부모와 친구에게 임신 사실과 출산 계획을 알린다.

출산을 결정한 주노가 책임감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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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프레소-133] 영화 ‘주노’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주노’(2008)의 고3 주인공 주노(엘리엇 페이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별 고민도 없이 낳기로 결정한다. 자기 뱃속에 있는 아기가 이미 손톱까지 생긴 존재라는 정보를 접하고서다.

다만, 아직은 자신이 아이를 키울 능력은 없다고 생각해 벼룩시장 신문 광고에서 본 한 부부에게 입양 보내기로 한다.

주노는 이토록 주체적인 인물이다. 그럼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건 미성년 출산을 향한 세상의 편견 때문이다. 작품은 미성년자가 아이를 낳는 것이 무책임한 결정인지 질문하는 한편, 우리가 지녀야 할 배려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주노는 어린 나이에 임신한다. 가장 친한 친구는 주노 옆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낸다. [미로비젼]
미성년 딸의 출산까지 지지해준 부모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주노가 임신한 건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하던 도중 피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주노는 마음의 동요를 크게 안 느낀 채 부모와 친구에게 임신 사실과 출산 계획을 알린다.

주노의 부모는 놀라지만, 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끝까지 들어본다.

주노가 어려움없이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일 것이다. 부모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것을 알았기에 자기 상황과 생각을 기탄없이 공유할 수 있었다. 만약, 집안 분위기가 그렇지 않았다면 어디에서나 당당한 주노의 성격도 조금 달랐을지 모른다.

“가장 좋은 건 너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는 거야. 진짜 짝이라면 네 엉덩이에서 빛이 난다고 생각할 걸.” 아버지는 주노를 늘 지지해줬다. [미로비젼]
남일 신경끄고 우리 일이나 잘하자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이 식구 같진 않다. 뒤에서 수근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를 낳는다는 결정이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병원에 아기 모습을 확인하러 간 날 초음파 담당 직원은 자기의 편견을 드러낸다. 아기를 입양 보낼 계획이라는 주노의 말에 “다행”이라고 한 것이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 주노의 새엄마에게 직원은 “여기서 십대 엄마들을 많이 본다. 아기가 자라기엔 유해한 환경”이라고 답한다.

출산을 결정한 주노가 책임감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노의 엄마는 “양부모도 무책임한 사람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직원에게 질문한다.

“어떤 일을 하시죠?”(엄마)

“저는 초음파 기사예요.”(직원)

“난 손톱 기술자예요. 우리 모두 우리가 잘하는 일에나 신경 쓰자고요.”(엄마)

미성년자가 아이를 낳는 게 무책임한 행위일까. 영화는 고3에 임신한 소녀 주노를 통해 질문한다. [미로비젼]
저출산 시대에 우리가 갖춰야 할 배려는 무엇일까
미성년자 부모는 나쁜 부모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성인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무책임한 성인 부모 때문에 상처 입은 인생들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개별 사례를 들여다보면 무책임한 성인 부모도 숱하게 발견할 수 있듯 책임감 있게 아이를 잘 키우는 미성년자 부모도 찾을 수 있다.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주노처럼 말이다.

자기 아이의 양엄마가 될 여자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주노는 생각을 바꾼다. 그녀가 누구보다도 아이를 따뜻하게 환영해줄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새로 태어난 생명에겐 환대가 필요하다. [미로비젼]
영화가 하는 이야기는 미성년 출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노’는 저출산 시대에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배려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남의 삶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없는 형편에 출산해서 애까지 고생시키려고 하냐’고 손가락질하는 대신 그냥 자기 일을 하고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와 살아가는 축복이 그 아이와 함께하길 속으로 빌고 넘어가는 것이다.

자식까지 세상의 날선 판단에 시달리게 하고 싶지 않아 임신과 출산을 포기할지 고민하는 많은 사람에게 당신의 무관심은 힘이 될 것이다.

영화 ‘주노’ 포스터 [미로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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