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격전지 판세] 네바다 이긴 후보 90%가 당선…히스패닉 주목
주민 30% 히스패닉, 백인 이어 2위…팬데믹때 사라진 일자리탓 전국 최고 실업률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네바다주(州)의 판세가 심상치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시절,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네바다주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며 승기를 굳히는듯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민주당 대선후보직을 넘겨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경쟁자를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본선까지 남은 두달간 서비스업 종사자와 히스패닉 주민이 많은 네바다의 민심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주목된다.
먼저 네바다주에 배정된 대선 선거인단 수는 6명으로 펜실베이니아(19명), 노스캐롤라이나(16), 조지아(16), 미시간(15), 애리조나(11), 위스콘신(10) 등 현지 언론이 꼽은 주요 경합주(swing state·총 7곳) 가운데 가장 적다.
네바다에선 2008년부터 4번 연속 민주당 대선후보가 승리해 경합의 의미도 퇴색됐다. 그럼에도 지난 12번의 대선에서 네바다에서 이긴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한 경우는 10번에 달해 전통적으로 미 대선 흐름을 읽는 '풍향계'란 평가를 받는다. 1900년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네바다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90%의 확률로 당선됐다.
이런 이유로 민주·공화 양당 후보 모두 네바다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카지노·호텔·레스토랑 등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네바다 산업구조에 착안해 '팁 면세' 조치를 통한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실질소득 증대를 공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네바다 최대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찾아 처음으로 팁에 매기는 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 대선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8월 네바다대 라스베이거스 캠퍼스에서 자신은 팁 면세 조치에 더해 최저 임금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를 종합해 볼 때 양당 후보는 네바다에서 현재 1대1 동점 상황이다. 지난 6월 28일 첫 대선 TV토론 직후 내셔널 퍼블릭 어페어스가 네바다 유권자들을 상대로 나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9%로 49%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10%포인트(p) 열세였다.
그러나 7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로 '횃불'을 받은 해리스 부통령은 네바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 나갔고 지난달 23~26일 블룸버그·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6%)을 4%p 앞섰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처럼 선전할 수 있었던 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유보했던 네바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후보 교체를 계기로 민주당에 다시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네바다 주민 중 히스패닉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로 백인(45%)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미국 히스패닉 민심을 추적하는 에퀴스 연구소는 8월 14일자 보고서에서 민주당 후보교체 전후 네바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추이를 비교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이 기존 바이든 대통령보다 12%p 더 많은 지지율을 확보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고령 논란에 지친 젊은 층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해리스 부통령이 네바다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 확보한 지지율은 지난 2020년 대선 네바다주 출구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확보한 히스패닉 투표율보다 5%p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통적으로 친(親)민주당 성향을 보였던 네바다 히스패닉계가 바이든 정부 들어 급증한 멕시코 국경발(發) 불법 이민으로 자신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자 우경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트라비전이 7월 23일~8월6일 네바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4%는 국경 안보와 이민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해리스 부통령 대신 국경 장벽을 높이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네바다의 높은 실업률과 치솟는 집값도 민심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네다바의 지난 7월 실업률은 5.4%로 미국 50개주(평균 4.3%) 중 1위였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2020년 4월(30.6%)과 비교했을 때 네바다의 실업률은 많이 낮아진 편이지만, 관광산업 반등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3.8%)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고물가에 시달리는 인근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네바다로 거처를 옮기는 바람에 네바다의 7월 주택가격은 미국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우 조사 결과 전년 동기 대비 6.1% 올라 같은 기간 미국 평균 상승율(4.2%)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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