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70살 넘어도 매일 출근해요"…정년 없앤 나라들
[편집자주] 정부가 정년연장 검토에 착수한다. 국민연금 보험료 내는 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단 우려를 넘어 '65세 정년시대'를 열 수 있을까.
현재 60세인 근로자 정년 연장은 국민연금 의무가입상한연령과도 맞물린다. 의무가입기간이 연장되면 직장인 가입자는 회사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줘 노후 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단순 업무 등 임금이 낮은 일자리로 재취업할 경우 국민연금 재정과 수령액에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도 64세까지 국민연금 자발적 납부..노후 대비 수요↑
보건복지부는 최근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에서 기대여명 및 고령자 경제활동 참여 증가를 고려해 의무가입상한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입상한 연령 59세는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부터 유지돼 왔다. 그러나 2013년부터 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61세로 높아지면서 의무가입연령과 수령연령 간의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급 개시연령은 이후 5년에 한 살씩 높아져 현재는 63세, 2033년에는 65세로 늘어나게 된다.
이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현행 제도에서도 59세 이후 원하면 임의계속가입을 통해 64세까지 국민연금을 납부할 수 있다. 이는 국민연금은 최소 10년을 납입해야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가입 기간이 부족해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가입 기간을 연장해 더 많은 연금을 받고 싶어하는 국민들을 위한 제도다.
지난해말 기준 임의계속가입자는 53만4010명으로 10년 전 대비 3.2배 급증했다. 성별로는 여성(36만7660명)이 남성(16만6350명)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국민연금 직장인 가입비율이 낮아 뒤늦게라도 국민연금에 가입해 노후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임의계속가입자는 직장인이더라도 보험료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 부담이 크다.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이 64세까지 확대되면 직장인은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지원해 근로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고령층 소득수준 낮으면 국민연금 재정에 부담
하지만 고령자들의 소득이 낮아 납부하는 보험료 규모가 평균 소득 이하라면 국민연금 재정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수익비(낸 돈 대비 받는 돈의 비율)가 최소 1 이상이고 소득이 적은데다 납입 기간이 길수록 평균 수익비가 높게 설계돼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3년 신규 가입자 기준 월 100만원 소득계층이 25년간 납부하면 수익비는 4.3배에 달한다.
현재 임의계속가입자 중 64%인 34만1653명의 월 소득이 150만원 미만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평균소득자 A값인 286만원을 밑도는 가입자 비율도 약 90%다. A값은 월 연금액 계산식에 포함되기 때문에 A값이 내려가면 국민들이 받는 연금 수령액도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서도 '의무가입상한연령을 조정할 경우 A값 하락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 조정은 노후소득 강화를 목적으로 검토하자고 제안한 것"이라며 "고령자의 계속 고용 여건 등과 연계해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생산인구가 줄어들자 고령 노동자들의 활용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년을 연장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한편 정년 시점 이후 별도의 재고용 계약을 맺는 '계속고용' 제도를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덜었다. 정년 시점에 얽매이기보다 자국 상황에 적합한 채용연장 방식을 찾았다.
미국과 영국에는 정년제도가 없다. 상시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은 1978년 65세에서 70세로 정년을 연장한 뒤 1986년 정년제 자체를 폐지했다. 정년을 정하는 것 자체가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은 나이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영국은 65세였던 정년제를 2011년 폐지했다. 연령 차별을 방지해 고용 평등을 이룬다는 취지였다. 현재 정년 퇴직은 경찰 등 업무 특성상 신체적 스트레스가 인정되는 특정 직업군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최근엔 대만이 정년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정년 연령을 65세로 제한하는 내용을 삭제한 노동 기준법 개정안이 입법원(국회)을 통과, 고용주와 근로자는 정년 연장에 대한 협상을 통해 퇴직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게 됐다.
법적으로 정년 제도를 유지하지만 그 시점을 늦추는 국가들은 더 많다. 고령화로 노동인구 부족 상황이 심각한 일본의 경우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근로자들이 원하면 일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일본 정부가 2004년 도입한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 의무화에 따라 기업들은 △65세까지 정년 연장 △65세까지 계속 고용 △정년 폐지 중 1개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 2021년부터는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기업의 '노력 의무'로 규정한 법안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고령자 노동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까지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실시한 기업 비율은 99.9%다. 이들 기업 중 정년 후 재고용하는 계속고용 방식을 선택한 곳이 69.2%로 가장 많고 정년 연장 26.9%, 정년 폐지 3.9% 등이다. 최근엔 직원들의 정년을 70세로 높이겠다는 보험사도 등장했다.
독일은 현재 정년을 65세로 규정하고 있는데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스페인도 65세인 정년을 2027년까지 67세로 높인다. 이들 유럽 국가의 정년 연장은 근로자의 조기 은퇴에 따른 연금·수당 등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주요국 중 은퇴 시점이 가장 빠른 중국도 최근 정년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현재 중국 법정 정년은 남성 60세, 여성 사무직 55세, 여성 생산직 50세로 1950년대 이후 한 번도 조정하지 않았는데, 이런 세계적 인구 대국도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면서 정년 시점을 65세까지 늘리기로 한 것이다. 싱가포르 역시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릴 계획이다.
선진국의 65~74세 고령자 근로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는 분석은 65세 정년 연장 방안을 검토하는 한국 정부가 참고할 만하다. 블룸버그통신은 OECD 통계를 인용해 일본의 65~74세 남성 절반 이상(51.8%)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31.4%), 캐나다(26.7%), 영국(21%), 독일(17.9%) 등도 OECD 평균인 17.3%를 웃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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