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젖소 불고기 속여 판 ‘슈퍼乙’ 누가 키웠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종합감사에서 젖소 불고기를 1등급 한우로 속여 판 공영홈쇼핑에 중징계를 내렸다.
이 홈쇼핑에 젖소 불고기를 납품한 협력업체는 뉴월드통상이다.
공영홈쇼핑이 지난 4년간(2019~2023년) 뉴월드통상과 제이디코리아인터내셔날 2곳에 몰아준 가공 축산 분야 방송 편성은 40%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공적 판로를 지원하는 공영홈쇼핑이 왜 뉴월드통상에 쩔쩔매게 됐을까.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종합감사에서 젖소 불고기를 1등급 한우로 속여 판 공영홈쇼핑에 중징계를 내렸다. 이 홈쇼핑에 젖소 불고기를 납품한 협력업체는 뉴월드통상이다.
이번 감사에선 뉴월드통상 대표가 사전 위생 점검을 나온 홈쇼핑 품질관리팀 직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고기 품질 문제를 지적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당한 현장 위생 점검 도중 폭행 사건을 일으킨 건 표준거래기본계약서 제9조를 위반한 행위다. 이 때문에 중기부는 홈쇼핑 측에 뉴월드통상과 계약을 해지하고 자격 제한을 검토하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자사 직원이 폭행을 당했는데도 공영홈쇼핑은 거래도 못 끊을뿐더러, 김 대표의 공식 사과만 요구하고 사건을 무마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폭행 사건으로 현장 실사를 끝내지도 못했는데도, 품질관리팀은 뉴월드통상의 위생 점검을 생략한 채 신규 상품을 등록했다.
통상 대형마트·이커머스·홈쇼핑 등 판매채널 운영사는 협력업체의 갑(甲)이다. 제조기업이 대규모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많이 찾는 이마트·쿠팡 등 대형 유통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뉴월드통상은 반대였다. 2022년 기준 입점업체(당시 3880개)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37%는 방송 기회를 단 1번밖에 얻지 못했다. 반면 뉴월드통상은 1000회 이상 편성되는 등 특혜를 받았다.
공영홈쇼핑이 지난 4년간(2019~2023년) 뉴월드통상과 제이디코리아인터내셔날 2곳에 몰아준 가공 축산 분야 방송 편성은 40%에 달한다. 뉴월드통상과 제이디코리아인터내셔날 대표는 형제 관계다.
이쯤 되면 뉴월드통상은 ‘슈퍼을(乙)’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중소기업의 공적 판로를 지원하는 공영홈쇼핑이 왜 뉴월드통상에 쩔쩔매게 됐을까.
일각에선 뉴월드통상과 정치권의 유착을 의심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공영홈쇼핑 구조에 있다.
공영홈쇼핑은 2015년 중기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50%의 지분을 보유해 2018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판매 채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설립취지에 따라 100% 중소기업 제품만으로 방송을 편성해야 한다. 그러나 물류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 특성상 홈쇼핑에 신속하게 물건을 댈 만한 곳은 많지 않다.
통신판매업자인 공영홈쇼핑은 티몬·위메프 등 통신판매중개업자와 달리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소비자를 보호하고 손해배상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관행처럼 특정 업체 편성 몰아주기가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가 운영하는 홈앤쇼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기 전용 T커머스 신설이 또 논의되고 있는 것은 온당치 않다. 중기 전용 홈쇼핑도 관리가 되지 않는 마당에 또 새 홈쇼핑 채널이 생긴다는 것은 뉴월드통상과 같은 슈퍼을의 지위를 더욱 강화하기만 할 뿐이다.
이번 폭력 사건이 드러난 후 공영홈쇼핑 내부에선 차라리 다행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슈퍼을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참에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제 중기부가 나설 차례다. 결국 소비자를 기만하고 젖소를 한우로 속여 판 업체를 일벌백계하는 한편, 특정 업체에 홈쇼핑 방송을 밀어줄 수밖에 없는 편성 규정의 폐해도 바로 잡아야 한다. 중기 전용 T커머스 신설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불필요한 곳까지 국가의 자원을 낭비해선 안 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② 의대 준비하러 대학 일찍 간 과학영재들, 조기진학제 손 본다
- [단독] 삼성전자, P2·P3 파운드리 라인 추가 ‘셧다운’ 추진… 적자 축소 총력
- [단독] 서정진 딸 관련 회사 과태료 미납, 벤츠 차량 공정위에 압류 당해
- [단독] ‘레깅스 탑2′ 젝시믹스·안다르, 나란히 M&A 매물로 나왔다
- “트럼프 수혜주”… 10월 韓증시서 4조원 던진 외국인, 방산·조선은 담았다
- 가는 족족 공모가 깨지는데... “제값 받겠다”며 토스도 미국행
- 오뚜기, 25년 라면과자 ‘뿌셔뿌셔’ 라인업 강화… ‘열뿌셔뿌셔’ 매운맛 나온다
- [인터뷰] 와이브레인 “전자약 병용요법 시대 온다… 치매·불면증도 치료”
- ‘꿈의 약’ 위고비는 생활 습관 고칠 좋은 기회... “단백질 식단·근력 운동 필요”
- 위기의 스타벅스, 재택근무 줄이고 우유 변경 무료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