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아일랜드의 ‘축구 외교’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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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2월15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축구 경기장.
북아일랜드마저 영국에서 떼어내 아일랜드와 합치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조직한 단체가 바로 아일랜드공화군(IRA)이다.
7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영국 정상으로는 5년 만에 더블린을 찾아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교환한 스타머와 해리스는 그날 더블린에서 열린 네이션스리그 잉글랜드 대 아일랜드 경기도 나란히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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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2월15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축구 경기장. 아일랜드와 잉글랜드 대표팀의 A매치 경기가 열렸다. 객관적 전력 면에서 잉글랜드가 앞선다는 관측을 깨고 전반 20분이 지나 아일랜드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러자 원정 팬들이 주로 앉아 있던 관중석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영국의 악명 높은 훌리건들이 선수들을 향해 물병 등을 집어던지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화가 난 아일랜드 축구 팬들은 스타디움에 내걸려 있던 잉글랜드 깃발을 끌어내려 찢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주최 측은 더는 경기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여겨 전반 27분 시합 취소를 선언했다. 이 사건으로 50여명이 부상하고 4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1998년 미국의 중재로 아일랜드, 영국령 북아일랜드 그리고 영국 3자 간에 벨파스트 협정, 일명 ‘성금요일 협정’(Good Friday’s Agreement)이 체결됐다. 이를 통해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로 남되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는 자유로운 인적·물적 교류를 보장 받는다는 약속이 성립했다. 그 뒤 테러는 잦아들었으나 영국을 향한 아일랜드인들의 유감이 사그라든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2000년대 들어 아일랜드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으며 영국의 투자를 확대하고 영국과의 무역 등 교역을 늘릴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1년 영국 국왕으로는 처음 아일랜드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는 예상보다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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