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관계로 임신”…100대 1 집단난교도 두려워 않는 이 동물의 신비 [생색(生色)]
[생색-33] 아장아장, 갓난아기들 여럿이 모여 있습니다. 순백의 아이들은 호기심 넘치는 표정입니다. 호불호 없이 세상을 눈으로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들 앞에 엄숙한 표정을 짓는 어른 몇몇이 도착해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냅니다. 그림 카드였습니다.
꽃과 물고기 그림을 본 아이들은 배시시 웃으며 눈을 떼지 못합니다. 몇몇은 손을 뻗어 품으려는 노력도 해봅니다. 이윽고 등장한 다음 카드. 무시무시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뱀과 거미입니다. 동공이 커지고,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공동연구였습니다. 주제는 ‘뱀에 대한 공포는 학습인가, 본능인가.’ 생후 6개월 이전 아기들이 뱀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반응인가를 관찰한 것이지요.
인류의 고전 중 하나인 성경 속 에덴동산에 뱀이 부정적인 존재로 그려진 데에는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이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뱀이 무서운 건 단순히 날카로운 이빨, 치명적인 독 때문만은 아닙니다. 몇몇 종들의 ‘교미’ 장면은 더욱 그로테스크합니다. 집단으로 뭉쳐 그야말로 난교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낯선 장면이지만, 나름의 사정은 있습니다. 그들의 침실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스르륵”.
뱀이 뭉쳐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짝짓기를 위해서입니다. 수컷 여러마리가 암컷 한 마리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든 것입니다. 마치 공처럼 집단으로 교미가 이뤄지는 탓에 ‘메이팅볼(Mating Ball·짝짓기공)’로 불리기도 합니다.
수컷 뱀들은 실제로 엄청난 번식 압박에 시달립니다. 겨울잠을 암컷보다 적게 잘 정도입니다. 성욕이 수면욕을 이긴 셈. 겨울잠을 자는 두꺼비나 일부 파충류·양서류 중 일부도 이처럼 교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눈에 안 보인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수컷 녀석들은 신사처럼 남성성을 몸 내부에 품고 다닙니다. 신사가 정장 속에 무기를 품듯 이들은 비늘 속에 무기를 감춥니다. 진정 필요한 순간에 그것을 한 번에 꺼냅니다. 누구보다 멋진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지요.
이 녀석의 비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수컷의 성기가 두 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꺼번에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암컷의 반응이나 신체 위치에 따라 적절한 녀석을 사용합니다. 생물계의 ‘이도류’라고 해야 할까요.
사족(뱀의 다리)은 쓸데없는 군짓을 일컫지만, 실제로 엄청나게 중요한 기관인 셈입니다. 반면 암컷 뱀 대부분은 다리가 완벽히 퇴화해 골반박차를 가진 녀석이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수컷에게만 남은 ‘징표’이자 ‘성기구’인 셈. 수컷의 교미본능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교미가 끝난 암컷. 수컷들은 의기양양하게 암컷이 자신의 새끼를 뱄다고 자신합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몇 달이 지나도 암컷의 배가 불러오지 않습니다.
봄 교미 때 모아놓은 정자들과, 가을 교미 때 모아 놓은 정자 중 선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들이 정자를 체내에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5년에 달합니다. 마치 정자은행에서 신중히 양질의 정자를 고르는 모습입니다.
수컷의 성공적인 교미가 반드시 번식으로 이어지지는 않게 되는 셈입니다. 자연은 그렇게 기울어진 추의 균형을 맞춥니다. 동시에 인간의 도덕관을 초월하는 세계를 구현합니다. 그러니, 그저 경이로운 눈으로 자연의 세계를 지켜볼 밖에.
ㅇ뱀은 수십마리가 공모양으로 난교를 하는데, 대부분은 수컷이다.
ㅇ겨울잠으로 교미 기간이 짧아 번식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ㅇ암컷은 5년간 정자를 보관하면서 선택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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