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만 35억’ 원베일리는 어떻게 공고한 성이 되었나
한강변·신축·대단지 “지방서 세 채 팔고 왔다”
대출 조여 ‘똘똘한 한채’ 자극… 토허제 비켜가
“사회적 지위 넘어선 부동산 지위… 원베일리가 증명”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값이 하늘을 뚫을 듯 치솟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반포, 그 안에서도 ‘원베일리’는 이제 범접 불가한 성이 됐다. 전용 84㎡의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수) 금액만 35억원이다. 지난 7월 18일 전용 84㎡가 55억원(23층)에 거래되면서다. 현재 원배일리의 전세 최고가가 20억원임을 고려하면 갭투자 금액만 35억원이 필요하다. 원베일리를 향한 관심은 지방 자산가들은 물론 반포 내에서도 넘쳐난다. 강남, 인프라, 한국, 한강변, 신축, 대단지 등 장점을 가진 원베일리에 전국적인 수요가 몰리고 있다.
①똘똘한 한채… 대출 조일수록 강남 쏠림 심화
“지방에서 갭투자 알아보러 올라오신 손님들이 좀 있었어요. 강남에 이미 자식들이 거주하는 한 채가 있으셨는데 원베일리로 갈아타려고 하셨어요.”(서울 서초구 반포동 A부동산)
이달부터 시행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 도입을 두고 시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하는 시각이 앞선다. 대출을 죌수록 ‘똘똘한 한채’ 쏠림은 늘 강화돼 왔기 때문이다. ‘똘똘한 한채’의 시작은 종부세, 양도세 등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은행들마저 다주택자에 문을 닫으면 일단은 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도 자산 분산 형태를 조정하게 된다.
시중은행들은 벌써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한껏 올렸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8월부터, 우리은행은 지난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한도를 줄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전날부터 다주택자의 수도권 소재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한 채, 지방에 한 채를 가진 B씨(65세)는 최근 두 채를 모두 처분해 ‘원베일리’ 전용 84㎡를 알아보고 있다. B씨는 “반포가 너무 올라버려 대출을 예상보다 더 받아야 되지만 무주택자 상태에서는 소득만 보장되면 대출을 받을 수는 있다”면서 “이번 기회로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두 세 채를 가지고 있으면 세금 부담 때문에도 힘들고, 이제는 대출마저 막힌다”면서 “이런 상황이 맞물리게 되면 ‘똘똘한 한채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②토허제 비켜간 반포, 지방 자산가들 갭투 성지
반포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반사효과를 얻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실효성이 있느냐를 차치하고 일단은 ‘갭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거주를 하지 않고 소유만 가능한 유일한 강남 지역으로 평가된다.
반포 거주자들은 이곳 아파트들이 지방 자산가들의 갭투자 성지가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반포에 거주 중인 C씨는 “최근에 부산에 세 채를 정리하고 원베일리에 갭투자를 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서울 안에서의 갭투자가 한창 이어지더니 이제는 지방 사람들까지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통계상으로도 반포가 속한 서초구로 서울에 살지 않는 외지인의 매수세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르면 6월 기준 외지인의 서초구 내 외지인 아파트 매수건수 75건으로 5월 56건, 4월 47건, 3월 34건 등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윤지혜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반포의 원베일리가 가지는 입지적 희소성이 워낙에 강하다”면서 “한강뷰에 대한 조망을 영구적으로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향후 20~30년을 앞두고도 투자를 할 만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③신축·대단지 선호 “반래퍼는 구축, 원펜타스는 소단지”
반포 내에서도 대장주로 꼽힐 만한 경쟁 단지들은 구축이거나 단지 규모가 작은 약점들이 하나씩 있다.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반포래미안퍼스티지는 반포 대장주 중 하나로 지목되고는 있지만 2009년 7월 입주를 한 구축인 데다, 한강 조망이 확보되지 않는다. 올 1월에 입주한 원펜타스는 641가구로 1000가구를 넘지 못한다.
원베일리는 지난해 8월 입주한 2990가구의 대단지다. 이 다음으로 반포에 들어서는 신축은 반포주공1단지 123주구다. 2027년 11월 입주로 최소 3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로 재탄생할 반포 124주구는 기존 지상 5층, 2120가구에서 최고 35층 50개동, 5002가구로 조성된다. 지난 3월에 막 착공해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나 한강변, 반포에 산다’는 건 일종의 지위가 됐다”면서 “사회적 지위를 초월한 부동산 지위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베일리를 향한 수요가 현 시장에서 가장 희소한 지위를 가지기 위한 자산가들의 욕망이 투영됐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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