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도 대출 불가" 1주택자 규제 강화… 마이너스통장도 조인다

신한은행은 오는 10일부터 주택을 신규 구입하는 목적의 주담대를 무주택 세대에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스1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은행권이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에 돌입했다. 집을 한채라도 보유하면 '처분하는 조건'의 주담대도 받을 수 없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조치에 실수요자의 불만과 시장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0일부터 주택을 신규 구입하는 목적의 주담대를 무주택 세대에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이사나 갈아타기를 위한 기존 1주택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담대도 취급하지 않는다.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새 집으로 이사하는 경우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케이뱅크 등도 1주택자의 주담대 취급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9일부터 1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두 은행은 실수요자를 고려해 규제 수위를 조절했다. 우리은행은 전세 연장 혹은 8일 이전 전세 계약을 체결해 계약금을 지급한 경우를 예외로 뒀고 KB국민은행은 9일 이후라도 실소유자의 기존 보유 주택 처분조건부 주담대는 허용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대상자를 무주택자로 한정했다.

보험업계도 대출 쏠림현상을 우려해 주담대 제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달 초 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담대 제한에 나섰고 한화생명도 10월 이후 신청분부터 주담대 적용 금리를 0.3~0.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은행권은 신용대출도 조인다. 주담대를 받지 못한 대출자가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행위를 줄이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오는 10일 연 소득까지 신용대출을 내준다. 13일부터 마이너스 통장의 최대한도는 5000만원으로 제한한다. 국민은행은 신용대출 한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다. 대출자가 다른 은행에서 빌린 신용대출 금액까지 한도에 포함할 방침이다.

예컨대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타 은행에서 2000만원 신용대출을 받았다면 국민은행에서 가능한 추가 대출은 최대 3000만원까지다. 국민은행은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감액한 바 있다.

은행권의 초강력 대출규제에 시장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담보나 신용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돈을 빌리기 위해 은행 창구를 돌아다니는 '대출 유목민'이 늘고 있다. 온라인에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오픈런에 성공하거나 실패했다'는 경험담이 나오고 '지방은행은 대출해준다는 기사에 연차를 내고 부산 등에 내려갔다'는 직장인의 사례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0일 오전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실수요 대출 정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4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실수요자와 부동산 시장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1주택인 분들도 경우에 따라 자녀 진학이나 결혼 등의 목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주거를 얻어야 한다든가 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고 실제로는 가수요나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가 있다"며 "은행의 대출 규제는 너무 기계적이고 일률적인 금지"라고 말했다.

이번 은행장 간담회에서는 갭투자 방지 등 대출관리 강화를 이어가는 한편 실수요자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