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딸 “결혼식은 아빠네 호텔서”…대기업이 호텔사업 절대 포기 안하는 이유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4. 9. 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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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오른쪽) 씨가 결혼식 초청 서비스 ‘ZOLA’에 올린 웨딩 촬영 사진. [사진=ZOLA]
오는 10월 13일 SK 최태원 회장의 차녀 민정씨가 결혼을 합니다. 그가 100년 가약을 맺는 장소는 다름 아닌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

“엇, 미국에서 하는 거 아니었어?”라고 생각한 분들이 있다면 아마도 예비신랑이 중국계 미국인인데다, 민정씨가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했기 때문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민정씨는 2019년 SK하이닉스를 퇴사한 이후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 분할이 걸린 이혼 소송 중이다보니 민정씨 결혼식에는 국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워커힐 호텔을 선택한 이유는 이 호텔이 SK그룹 계열사인 SK네트웍스에서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진출처 = SK네트웍스]
그러고보니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수뇌부들도 지난 8월 워커힐 호텔로 사흘간 총출동했습니다. 이천포럼을 통해 주요 경영 전략 마련을 위한 머리를 맞대기 위해섭니다.

노 관장이 현재 워커힐 호텔에 머무르고 있기도 합니다. 대기업 계열사 호텔이기에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비단 SK그룹 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한국을 찾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따로 면담을 했습니다.

중국 내에서 ‘친삼성’ 성향의 인물로 알려진 리창 총리와 더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장소로 택한 신라호텔은 이 회장의 동생 이부진 사장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삼성 계열사 호텔이죠.

삼성호암상 시상식 등 그룹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들이 왕왕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이유입니다.

신라호텔 서울의 실외 수영장 어반 아일랜드 모습 [사진 출처 = 신라호텔]
이쯤 되니 재벌 오너 일가의 동정을 파악하려면 빠져서는 안될 장소가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 같습니다. 대기업 운영 호텔은 또 어디가 있을까요.

제주 해비치 호텔이 있습니다. 이곳은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의 셋째 딸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해비치)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정 사장은 해비치의 대주주였던 어머니 고(故) 이정화 여사의 뒤를 이어 호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몽구 명예회장(4.65%)과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3.87%),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3.87%)은 각각 보유하고 있던 해비치호텔 지분 전량(12.39%)을 정윤이 사장에게 매도했습니다.

덕분에 당시 해비치호텔 지분 3.87%를 보유하고 있던 정윤이 사장의 지분율은 16.26%로 늘었습니다.

해비치호텔 최대주주는 현대차(41.90%)이고요. 기아(23.2%)에 이어 정윤이 사장이 3대 주주입니다. 법인이 아닌 개인으로는 정 사장이 최대주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해비치 리조트 제주를 야외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출처 =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화성에 위치한 롤링힐스 호텔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호텔입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옛 신세계조선호텔)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입니다. 신세계가 남매 분리 경영 체제를 강화하면서 조선호텔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부문으로 편입됐습니다.

그러면서 정 회장 지휘 하에 서울 명동의 레스케이프, 부산과 제주에 5성급 호텔인 그랜드조선, 판교 그래비티 등을 오픈했습니다.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 부문을 이끌며 서울 반포에 있는 JW메리어트 호텔을 운영하는 중입니다.

정 총괄사장은 1996년 조선호텔에 입사해 2009년 신세계 부사장을 맡기 전까지 그룹의 호텔 사업을 지휘했습니다. 호텔 사업에 대한 애착이 커 최근 신세계백화점 부문 자체 호텔 브랜드인 ‘오노마’를 선보이기도 했지요.

[사진출처 = 조선호텔앤리조트]
롯데그룹의 롯데호텔앤리조트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롯데 계열사별 다양한 행사가 호텔롯데에서 열리는 것은 물론 종종 외빈 방문시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을 위한 곳으로 활용됩니다.

지난 2022년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차담회를 위해 대한민국 재계를 이끄는 총수 8명이 소공동 롯데호텔을 방문했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롯데호텔 측은 사우디아라비아 측 요청대로 보안에 철저를 기하고 식기류까지 빈 살만 왕세자를 위한 맞춤형으로 싹 다 바꾸었다고 하지요.

최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에도 그를 만나기 위해 롯데호텔로 대기업 오너들이 총출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지난 2022년 11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출처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거주해왔습니다. 그만큼 롯데그룹 내에서 의미가 큰 곳입니다.

오너가의 경영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이자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딸 장선윤 롯데호텔 전무는 현재 미주브랜드부문장을 역임하며 호텔사업에 몸담고 있습니다.

한화그룹은 한화호텔앤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화그룹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이 유통에 이어 호텔 사업도 맡고 있습니다.

이밖에 이랜드그룹은 이랜드파크를 통해 켄싱턴호텔앤리조트를, 코오롱그룹은 코오롱리조트앤호텔을 이끌고 있습니다.

더플라자호텔. [사진출처 = 한화호텔앤리조트]
호텔업은 부동산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입니다. 인건비 비중도 높아 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에서도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기업에서 호텔업을 놓치 않고 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호텔 자체가 럭셔리의 상징이기도 하고, 재벌가 여성들의 경영 참여가 두드러지는 분야가 바로 호텔업”이라며 “특히 백화점, 면세점 등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 수익을 창출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요.

맞습니다. 그룹의 한 계열사로 돈을 버는 일이 중요한 사업 목적입니다. 그러면서 뒤따라오는 부대수익 같은 것이 프라이빗한 장소를 제공해 대기업에서 구축하려는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돕는 일일 겁니다(실제로 재벌가 여성들이 가진 엄청난 인맥이 호텔 사업에 도움이 되고 있지요).

대기업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계열사 호텔 투숙 할인 등을 주는 것은 젊은이들 사이 부러움을 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사업을 하면서 수익을 안 따지는 분야는 한 개도 없다”며 “호텔이라고 예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호텔에 집중될 때가 많고 오너가의 프라이빗한 부분을 지켜야해 직원들 사이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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