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딥페이크 대책 쏟아내지만…재탕에 '냄비' 입법
내용 살펴보니 대부분 지난 국회 '재탕'…임기만료로 폐기
"N번방 때 논의했지만 무관심으로 묻혀…'냄비 입법'" 지적
"1년간 삭제된 불법영상 24만, 피해 9천명인데…기소 100명 불과"
"정부·국회, 해결 의지 있었는지 의심…서둘러 입법 공백 메워야"
딥페이크 성범죄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관련 법안만 30여개에 이르는데, 이 중 대부분이 지난 국회에서 이미 논의됐지만 폐기된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N번방 사태 이후에도 대책 마련 필요성이 대두된 바 있지만, 당시에도 반짝 논의에 그쳤을 뿐 실질적인 입법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또 다시 큰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정치권이 '늑장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딥페이크' 터지자 여야 우르르 법안 발의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한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법안은 30여건에 달한다. 해당 법안들엔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피해 영상물이 올라오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이 담겼다.
국민의힘 한지아·조배숙,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임미애·황명선·정청래 의원 등은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의 제작·유포자뿐만 아니라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냈다. 그동안 딥페이크 기술로 제작된 영상물 등에 대해선 구입·소지·시청·저장·판매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이를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웠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10대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이용한 협박·강요에 대한 처벌 규정을 별도로 규정해야 한다는 법안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범죄 피해자를 위한 영상 삭제 등 사후 조치를 돕는 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불법 촬영물과 같은 수준으로 딥페이크 허위영상물을 즉각 조치하도록 했다. 같은 당 정준호 의원은 학생 또는 보호자 등이 딥페이크 범죄 피해를 당하는 경우 해당 교원에 대하여 관할교육청이 삭제를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은 정부가 딥페이크 피해 영상물을 삭제할 수 있도록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지자 처벌·피해자 보호 등 대부분 '재탕'
문제는 이런 법안들이 2019년 N번방 사태 당시 발의된 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N번방 사태 이후 지난 21대 국회에서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법안은 20여건 가까이 발의됐으나, 대부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 관련해 가장 많이 발의된, 불법 허위영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경우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은 이미 2021년 두 차례 발의된 바 있다.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를 넓히고 필요한 경우 삭제 지원 요청 없이도 국가가 삭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법도 지난 2020년 발의된 바 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딥페이크 기술이 적용된 영상물 등에 대해 디지털 워터마크(Digital Watermark)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발의됐었다.
정부에서도 뒤늦게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수시 점검에 나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난 N번방 사태 당시 논의된 바 있다. 2021년 7월 법무부는 디지털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산하에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지만,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해산됐다. TF에선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권고안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N번방 때 논의했지만 묻혀"…"'냄비 입법' 아닌 실효성 필요"
결국 법안 발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주최한 딥페이크 성범죄 대책 마련 토론회에선 뒤늦게 법안을 쏟아내는 국회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소은 국립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대부분 폐기됐다"며 "'냄비 입법'이 아닌 법안 실효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범죄 확산을 막기 위한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부 교수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성착취물 제작·유포자뿐만 아니라 유포 경로로 쓰인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내법을 위반하는 사업자에 대해 강력히 제재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국회에서 내놓는 대안들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N번방 사태 당시 논의가 됐던 내용이 무관심으로 묻혔고 또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다시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정부가 해결할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N번방 사태 이후 한 해 동안 삭제한 불법 영상물이 24만건 이상, 피해자만 9천명에 육박하는데 기소된 사람은 100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엄청난 괴리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해온 국회와 사법기관에 책임이 있다. 지금이라도 입법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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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백담 기자 d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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