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억 대투자가 이렇게 될줄 누가 알았나…롯데가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하는 이유

윤욱재 기자 2024. 9. 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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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노진혁, 유강남, 한현희가 지난 해 1월에 열린 FA 합동 입단식에 나섰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얼마나 있었을까.

롯데는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대적인 FA 보강에 나섰다. FA 시장에서 외부 FA만 3명을 영입했고 총액 170억원을 투입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주전 포수 강민호가 FA로 롯데를 떠난 이후 '포수난'에 시달렸던 롯데는 FA 시장에서 유강남을 데려와 가장 두드러졌던 약점을 해결하고자 했다. 롯데가 유강남과 합의한 계약 규모는 4년 80억원. 롯데는 유격수 보강도 절실한 팀이었다. 그래서 노진혁과 4년 총액 50억원에 손을 잡았다. 여기에 롯데는 전천후 투수 한현희와 3+1년 총액 40억원에 계약하면서 대대적인 보강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해 이들이 남긴 성적표는 몸값과 기대치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유강남은 121경기에 나와 타율 .261 10홈런 55타점, 노진혁은 113경기에서 타율 .257 4홈런 51타점 7도루, 한현희는 38경기 104이닝 6승 1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45에 그쳤다. 롯데가 7위로 시즌을 마쳐야 했던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포수 출신 명장 김태형 감독과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은 유강남은 3~4월에만 타율 .122 2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52경기에서 타율 .191 5홈런 20타점을 남긴 뒤 수술대에 올라 시즌 아웃이 된 상태다. 6월 16일 잠실 LG전이 그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로 남았다.

유강남은 지난 7월 왼쪽 무릎 내측 반월판 연골 기시부 봉합술을 받았다. 당초 재활에 무게를 뒀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술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롯데 관계자는 "선수가 재활을 선택하면 구단 입장에서는 빠르게 복귀할 수 있어서 단기간에 플러스 전력이 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나 선수 입장에서 봤을 때 빠르게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고 진행했다. 유강남은 구단 핵심 선수이고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건강한 선수 생활을 위해서 수술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 유강남 ⓒ곽혜미 기자
▲ 노진혁 ⓒ곽혜미 기자
▲ 한현희 ⓒ곽혜미 기자

재활 기간만 7개월에 달하는 큰 수술이었다. 롯데는 유강남의 공백으로 손성빈, 정보근, 강태율 등 젊은 포수들로 남은 시즌을 치르고 있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다보니 실수가 잦다. 김태형 감독은 "똑같은 실수가 자주 나온다. 볼배합도 그렇고 상황이나 흐름을 봐야 하는데 벤치에서 매번 사인을 낼 수는 없지 않나"라고 답답함을 자주 토로한다. 아직 기량이 무르익지 않은 포수들을 이끌고 5강 싸움을 해야 하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전 유격수라는 타이틀을 내준 노진혁의 부진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노진혁은 64경기에서 타율 .219 2홈런 11타점에 그치고 있다. 노진혁이 부진한 사이에 박승욱이 주전 유격수로 말뚝을 박았다. 박승욱은 올 시즌 121경기에서 타율 .261 5홈런 44타점을 기록 중이다.

노진혁은 지난달 박승욱이 옆구리 통증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지면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듯 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25일 대구 삼성전에서 박승욱이 부상에서 회복했음에도 노진혁을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노진혁이 타격감이 굉장히 좋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노진혁은 이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르며 사령탑의 믿음을 저버렸다. 어쩌면 주전 유격수로 돌아갈 마지막 기회를 잃은 셈이다.

그나마 '밥값'을 한다던 한현희도 최근 부진이 심각하다. 한현희는 전천후 투수로 활약하며 전반기에만 25경기 43이닝 3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98로 마운드의 살림꾼 역할을 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23경기 24⅔이닝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7.30에 그치고 있다. 특히 9월에는 4경기에서 2⅓이닝만 던지는데 그치며 평균자책점이 무려 30.86을 나타내는 중이다. 이는 롯데가 구단 자체 징계를 끝내고 돌아온 나균안을 불펜투수로 활용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한현희가 좋으면 나균안을 선발로도 써보겠는데 요즘 한현희가 좋지 않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야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이 없다고 하지만 나름 롯데가 거액을 들여 영입한 'FA 3총사'가 몸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했다면 어땠을까. 롯데가 126경기에서 거둔 57승 65패 4무(승률 .467)라는 성적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롯데는 여전히 8위에 머무르고 있고 5위 KT에 3.5경기차로 뒤진 상태다.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할 FA 선수들의 잇따른 부진은 결정적인 순간에 치명타로 다가오고 있다.

▲ 유강남 ⓒ곽혜미 기자
▲ 노진혁 ⓒ곽혜미 기자
▲ 한현희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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