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미술품 훔쳤는데 하나도 안 팔았다…평생 생활고 시달린 도둑, 무슨일 [Books]
박물관에서 강한 끌림 느껴
“이 작품 내 방에 걸고 싶다”
애인과 유럽서 300점 강탈
생활고 겪고도 작품 안팔아
“아름다움 누리고 싶었을 뿐”
1997년 2월 벨기에 앤트워프. 브라이트비저는 우연히 독일 조각가 게오르크 페텔의 상아 조각상 ‘아담과 이브’를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다. 이 작품은 꿈에도 나올 정도로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결국 그는 여자친구 앤 캐서린 클레인클라우스의 손을 잡고 다시 박물관을 찾았다. 두 사람은 평범하게 작품을 둘러보는 듯 했지만 주머니에 날카로운 나이프를 숨기고 있었다. 많은 관람객과 경비원이 돌아다니는 점심 시간, 스물 두 살의 연인은 꽤 대범하게 작전을 펼쳤다. 순식간에 유리장의 나사를 풀고, 품이 큰 코트에 작품을 숨겨 침착하게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신간 ‘예술 도둑’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핀클이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 작품을 훔친 희대의 도둑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와 그의 연인이자 조력자였던 앤 캐서린 클레인클라우스의 범죄 여정을 추적한 논픽션이다. 브라이트비저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200여 회에 걸쳐 예술 작품 300여 점을 훔쳤고, 금전적 가치는 약 2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핀클은 수많은 이들과 주고받은 인터뷰 등 광범위한 연구조사와 취재를 토대로 이들의 범죄 사건을 잘 짜인 이야기로 엮어냈다.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나열하는 대신 브라이트비저라는 인물의 서사에 집중해 이야기를 펼친다.
실제로 브라이트비저의 일상은 여느 미술품 애호가와 다르지 않았다. 간호 조무사로 일하는 클레인클라우스가 병원으로 출근하면 브라이트비저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베네지트 예술가 사전’ 등을 읽으며 작가와 시대, 표현 양식 등을 공부했다. 작가 한 명을 정해 카탈로그 레조네(작가의 전체 작품을 정리한 도록)를 탐독했다. 작품 이력을 조사해 그동안 누가 작품을 소유했는지도 알아봤다. 그러나 많이 알수록 훔치고 싶은 작품은 더 늘어났고 도둑질도 더욱 잦아졌다.
그가 보기에 박물관은 감옥과 같았다. “아무리 강렬히 마음을 울리는 작품 앞에서 있어도 박물관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소파나 안락의자에 몸을 기댈 수 있어야 한다. 원한다면 술도 한 모금 마셔도 좋다. 간식도 필요하다. 그리고 언제나 손을 뻗으면 작품에 닿을 수있고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 그제야 예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브라이트비저는 급기야 자신을 예술품 해방가로 여겼다.
반면 클레인클라우스는 브라이트비저를 만나기 전 법을 위반하는 일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고, 브라이트비저가 없을 땐 도둑질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동에 거부감을 갖진 않았다. 오히려 환상적인 호흡을 보였다. 예컨대 브라이트비저가 직관적으로 보안상 결함을 알아채면, 클레인클라우스는 그 보안이 얼마나 튼튼한지 알아냈다. 범죄를 공유하며 둘은 더 가까워졌다. 그들이 예술 작품을 훔치는 동안 눈을 맞추고 비밀을 속삭이던 순간들은 매혹적이고 때로는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두 사람은 모든 범죄가 발각된 뒤에야 마음의 공허와 마주한다. 그 지점에서 책은 인간의 예술에 대한 소유 욕망이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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